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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유한계급론 (현대지성 클래식 24)



대부분 '경제' 수업 시간에 '베블런 효과'를 배웠을 것이다. 소스타인 베블런이 1899년 '유한계급론'을 출간하면서 이름 붙여진 이론으로 가격이 오르는 데도 불구하고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하여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가격이 오르는 데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으로 물질만능주의와 상류층의 사치를 비판한 책으로 알려져 있다. 명품을 소유하고 싶은 소유욕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며, 우리나라에서도 명품 소비 열풍이 불어 명품족들을 길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사회 현상이었다.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 책은 자본주의 경제제도가 가진 모순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사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날카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한계급에 속하는 자들은 이미 충분한 재산을 축적하고 있어서 생산에 종사하는 일을 비천하게 여겼다. 생산 노동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들은 과시적 소비, 대리적 여가, 금전적 경재 등 주로 소비를 하며 자신의 경제적 지위를 대외적으로 보여주려는 행위를 한다. 이미 그 시대에도 자본주의가 지닌 속성을 파악하고 이 책을 집필했다니 다시 한 번 베블런의 통찰력이 놀라웠다. 물론 베블런이 살았던 시대의 통상적인 부분이 지금 우리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장기적인 경제 불황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어도 유명 백화점의 명품 매장에서 올리는 매출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설명하기에 '베블런 효과'만큼 잘 들어맞는 경제 용어도 없을 것이다. 유한계급의 기원은 원시 사회 단계에서 전투 습관을 가진 야만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약탈적 행위는 생필품 획득이 쉽고 공동체의 상위 구성원들이 노동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전통 사회에서는 전사와 사제가 대표적인 유한계급으로 분류되었다. 

자본주의에 사는 우리들은 자유경쟁시장 속에서 무한경쟁을 하며 산다. 직장인으로 살면서 바라는 것은 로또 당첨, 내 집 마련, 건물주가 되는 것인데 대부분 이를 취득하면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자본주의에 도태되고 소외된 계층은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점은 가난한 자들이 진보적일 것이라는 통념을 무너뜨리고 보수적인 이유는 자신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기존 제도와 생활 방식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베블런이 제기한 사회 비판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역사적으로 종교와 계급론만큼 잘 들어맞는 것도 없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존경받으면서 피지배계층을 통제하고 지배하며 온갖 부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경제의 논리를 생각해볼 수 있었고 소비 심리에 따라 사람들이 보이는 과시욕이 얼마나 대단하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