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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나의 다정한 마야



표지부터 심상치 않다. 작은 금붕어들이 믹서기에 갇혀 헤엄치고 있는 모습이 위태롭다. 언제 스위치를 키면 물과 함께 갈릴 지 모르는 순간이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연상케 하는 제목 '나의 다정한 마야'는 총 28개국에 판매되고 있으며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되어 만나볼 수 있다. 잊을만하면 벌어지는 교내 총기 난사사건은 북유럽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가 보다. 미국에서 종종 발생하는 줄 알았는데 스톡홀림에서도 부촌에 속하는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벌어지는데 범인으로 지목된 세바스티안과 함께 1분 30초간 지속된 총격으로 선생님과 학생들이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지만 세바스티안의 여자친구인 마야만 털 끝 하나 다치지 않은 채 공범으로 체포되어 법정에 서게 된다.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마야가 사건 후 재판을 받는 과정, 과거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했던 일들을 번갈아가며 진행하는 방식이다. 과거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총격 사건으로 모두 사망한 상태이다. 모든 정황은 마야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부모님에 의해 선임된 변호사 샌더는 아동 살해범을 변호한 이력을 가진 자로써 침착하게 재판 절차에 대응하지만 대중들은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마야를 향한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게 된다. 어떻게 벌어진 일일까? 자신이 쏜 총으로 교실에 있던 절친과 남자친구, 선생님까지 모두 총에 맞아 죽었다면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을텐데 법정에 선 마야의 모습은 어딘가 영악하다 못해 당돌하게 느껴진다. 일말의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건가? 아직 어린 소녀인데도 모든 상황에 태연한 태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행동한다.

스웨덴 최고 갑부인 클래스 퍼게만의 아들 세바스티안 못지 않게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마야는 과연 그와 공범으로 사전모의를 계획해서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그렇다면 세바스타안이 현장에서 사망한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현장에서 죽을 줄로만 알았던 사미르가 나타난 뒤 그가 한 진술 내용은 사건을 새로운 국면으로 끌고 간다. 세상은 마야를 공범으로 지목하지만 법정에서는 피고인 마야에게 살인 의도가 있었는지, 살인 방조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보았다. 긴장감 넘치는 범정 스릴러라기 보다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사건의 조각을 맞춰가는 방식이라 그 내용을 알게 된 순간 진실에 다가서게 될 것이다. 결말 또한 반전을 예고하며 마치게 된다. 마야의 재판 과정을 보면 확실히 스타 변호사를 선임할 정도의 재력을 가졌기에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봐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법 앞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