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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쓸모인류 : 어른의 쓸모에 대해 묻다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들을 한가득 던져주는 책이다. 적어도 스스로 생활하는 데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 쓸모의 기준을 생각했다. 40대 중반에 퇴직 후 인생 후반기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남자는 대형마트에서 피자 굽는 일을 하고 있지만 마음 한편의 헛헛함을 지울 없다는 남자와 은퇴 후 가회동에 자리 잡아 1년이 넘도록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면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것을 채우며 매일 에너지 넘치게 생활하는 67세 빈센트의 이야기를 담았다. 읽으면서 빈센트가 보이는 삶의 태도를 배우고 싶었다. 그는 매사에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다. 두 번 일하지 않고 되도록 오래 쓰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확실하게 해둬야 한다고 말한다. 대충 넘기다 나중에 유지 보수 비용이 훨씬 크게 든다. 빈센트가 오래 쓸 물건을 구입하기 위한 3가지 기준은 '디자인이 좋을 것, 가격이 정직할 것, 오래 쓸 수 있을 것, 사람을 귀찮게 하지 않을 것'으로 두고 있다. 정직한 재료로 만들어서 견고하고 잔고장이 나지 않아야 한다. 가격이 비싸게 들어도 한 번 구입하면 오래 쓸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이득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특히 정리정돈을 잘해서 자신이 자주 쓰는 건 정해둔 위치에 있어야 한다. 동선을 짧게 잡아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매번 찾아야 하는 건 한 번 쓰고 제자리에 두지 않기 때문이다. 쓸모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니 삶에 필요한 기술이었다. 제대로 생활한다면 웬만한 일은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청소, 빨래, 요리는 기본이고 목공과 원예, 전기는 배워두면 쓸모가 있다. '쓸모 인류'의 물건들을 보니 대부분 자주 쓰고 오래 써도 싫증 나지 않을 제품들이었다. 싼값에 샀다가 몇 번 쓰지 못하고 버린 기억이 많을 것이다. 빈센트 기준이라면 구입한 물건에 애정을 갖고 쓰임새를 이해한다면 새것처럼 오래 쓸 것이다. 빈센트의 하루 일과는 늘 활기가 넘친다. 매일 30분은 반드시 요가를 하고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다.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매우 생각이 깨어있다. 어떻게 하면 편리하게 수납하고 정리할지를 궁리한다. 배워둘 점이 많은 어른이다.

누군가는 이제 사회에서 쓸모를 다한 것은 아닌가 에너지 방전이 된 상태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반면 매사에 열정을 갖고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그 꼼꼼함이 활기찬 삶을 살게 만든다. 아직 늦은 나이는 없다며 배우는 것 앞에서는 앞뒤 따지지 않는다. 빈센트가 말한 것처럼 우리의 삶도 여러모로 괜찮은 삶이다. 정말 난 쓸모 있는 사람인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배워두었다면 쓸모 있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빈센트라는 분은 자기만의 기준과 철학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생활에 일관성을 갖고 공간을 유지시키는 것 같다. 혹시 자신에 대한 의문으로 공허함을 느끼고 있다면 꼭 읽어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