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서평(Since 2013 ~)

[서평]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이번 작품은 여타 스릴러 추리소설과는 그 결이 달랐다. 오디션에 최종 합격한 7명의 연극 단원들은 도고 선생이 빌린 오래된 외딴 산장에서 3박 4일을 보내야 한다. 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연극과 관련되어 있으며, 산장 밖으로 나가거나 핸드폰을 사용할 경우 실격 처리된다는 규칙을 도착 당일 편지로 받는다. 설정상 산장 주변은 폭설로 뒤덮여 있어 고립된 상황이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빠른 전개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는 순간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산장에 고립되어 있지만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밖에 나가 구조요청을 할 수 있고, 실제로는 폭설이 쌓이지 않았다. 핸드폰이 터지지 않을 만큼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산장도 아니다. 모두 연극을 위한 설정이었을 뿐이다.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는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악인 대신에 상실감에 빠져 좌절로 인한 고통에 허우적대는 청춘이 있다. 모두 연극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있는 청춘들인데 오디션 경쟁자로 합격과 탈락 사이에서 패배감을 맛봐야 하는 잔인한 현실을 본인이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준비한 미션대로 완수하면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우리의 바람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아마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치열한 오디션, 경쟁에 지친 청춘들의 모습을 부각시켰던 것이다. 처음에는 누가 범인인지 밝혀내는데 초점을 맞춰서 읽었다면 마지막 날에 밝혀지는 진실 앞에서 가슴이 저릿하고 왠지 먹먹해졌다. 한때는 죽일 만큼 미웠지만 이 모든 상황이 잘 짜인 연극이래도 멋진 일이라며 수긍하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표지에서도 힌트가 있다. 산장과 나무 위에 걸린 잭이 뽑힌 헤드폰. 이 소설에서는 구가 가즈유키가 명탐정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어느 누구와도 얽히지 않은 관계라 잘 맞아떨어진 배역이었다. 결말을 알고 나서 다시 보면 숨겨놓은 트릭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결국은 외부인의 출입이 없었다면 7명 중 한 명이 범인 역할을 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각 캐릭터들마다 성격과 개성이 살아있어서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었다. 근 몇 십 년 동안 계속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반복되는 비슷한 장면들에 질려버렸다. 마치 고립된 산장에 오디션 참가자들을 가둬놓고 합숙하며 불합격 처리당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연기하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너무나도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