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서평(Since 2013 ~)

[서평] 아이디어라든지 디자인이라든지

반응형

 

 

외부 협력자까지 합쳐 6~8명 정도인 소규모 프로덕트 디자인 회사인 TENT는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곳이다. 그들이 만든 제품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10여 년 동안 독일 IF 디자인상 금상, 레드닷 디자인상, 굿디자인상 베스트 100 등 각종 디자인상을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너무 편리해!", "그냥 매일 쓰게 됩니다."라며 디자인만 유려한 제품이 아닌 매일 쓰고 싶어지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입소문이 났다. TENT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방법도 독특하다.

"발언 하나하나가 슛(좋은 아이디어)인지 패스(다른 아이디어로 연결되는 힌트)인지를 인식하게 만듭니다. 슛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좋은 패스를 건네는 사람도 칭찬받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TENT는 '슛은 넣지 못하더라도) 패스라도 많이 건네자!'라는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회사를 다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루한 회의가 때론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는 걸 알 것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디어를 마음껏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면 아무래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밖에 없다. 6~8명 정도인 회사에서 모두가 참여하고, 모두의 발언이 인정받고, 모두가 칭찬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TENT의 문화는 디자인 회사로써 무척 부러운 부분이다. TENT는 힌지에 생각나는 대로 일단 그려보고 시제품을 몇 번이고 만들라고 한다. 생각하고 시험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오히려 시행착오를 장려하는 분위기다.

결코 한 번에 완벽한 제품은 나오지 않는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경직된 환경이었다면 팀원들이 새로운 일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TENT의 히트작인 프라인팬주 개발 비화에서 보듯 수없이 만들고, 사용하고, 다시 고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만족할 때까지 문제점을 가다듬었다.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더해지고 제품이 완성되었다. 다른 프로덕트 디자인 회사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일을 하는 회사라면 더더욱 TENT만의 기업 문화, 환경을 본받았으면 좋겠다. 오너 주도로 모든 사항들을 결정짓는 수직 구도에선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되도록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TENT는 아이디어를 내서 실생활에 쓸모 있는 제품 디자인을 만드는 일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마치 일도 '놀이'처럼 즐기면서 하는 혁신적인 회사가 되었다.

 

 
아이디어라든지 디자인이라든지
TENT가 이룬 성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매력적인 디자인 때문일까? TENT를 이끄는 아오키 료사쿠(青木亮作)와 하루타 마사유키(治田将之)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한다. 두 사람이 꼽은 성장과 성공의 비결은 ‘~라든지’를 적용하는 것이다. ‘~라든지’는 하나의 제품이 탄생하기까지 부딪치는 각종 어려움을 돌파하는 긍정의 주문 같다. 우리는 제품을 만들 때 ‘~란 무엇일까’를 정의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정의를 내린 후에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거나, 급기야 해당 제품과 프로젝트를 중도에 멈추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TENT는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서 ‘~라든지’를 생각할 것을 권한다. ‘~라든지’, 즉 생각을 고정시키지 않고, 생각의 범위를 유연하게 확장하다 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자연스럽게 생성된다고 말한다. 살아가며 마주하는 무수히 많은 ‘~라든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적용하기, 이것이 TENT가 찾은 방법이다. 그래서일까. 『아이디어라든지 디자인이라든지』는 쉼 없는 실험과 고민으로 이룬 TENT의 성공 경험뿐만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실패의 경험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담은 ‘디자인+브랜딩’ 교과서로 불리기에 손색없다. 로고를 먼저 정하지 말라든지, ‘작품’ 말고 ‘시제품’을 만들라든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이라든지…… ‘만들고 싶다’라는 고민을 ‘만들자’라는 결심으로 이끄는 TENT만의 영감과 사례와 노하우는 디자인과 브랜딩을 공부하는 학생은 물론 실무 현장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종사자들을 위한 맞춤형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아오키 료사쿠, TENT
출판
잇담북스
출판일
2024.06.3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