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은 실존 세계를 이해하는데 필수 분야임에도 막상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의 간극이 크게 느껴지는 이유를 미국의 언론인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 제대로 설명해 주었다.
"학계가 통찰을 복잡하고 따분한 산문으로 암호화하고 '대중이 소비하지 못하도록 이중 잠금장치를 걸어놓은 후, 이 까다로운 말 잔치를 난해한 학술지 안에 숨겨버렸다.'"
지금까지 유독 물리학을 설명하는 책이 따분했던 건 사회학자인 스티브 풀러의 말처럼 "학자들이 알아듣지도 못할 용어로 빈약한 통찰을 값진 것처럼 보이게 포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과학서라면 어려운 학술용어를 대중들이 알아듣기 쉽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일상에선 잘 쓰지 않는 용어로 난해하게 서술한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가뜩이나 물리학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은데 대중으로부터 멀어질 결심을 할 생각이 아니라면 되도록이면 일상의 언어로 서술하는 게 맞다. 바로 그런 관점에서 저자는 물리학에 던지는 질문에 답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현재 어느 수준까지 도달해 있는지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일단 이런 기초 학문은 비전문가도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풀어쓴다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서 읽는다. 다중우주, 빅뱅, 만물의 이론, 양자역학 등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영역이지만 저자는 스티븐 호킹, 숀 캐럴, 카를로 로벨리 등 저명한 물리학자들의 주장과 현대 물리학이 가진 한계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진단한다. 기존 과학을 그대로 맹신하거나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과학을 기준으로 물리학에 대한 답변 중 답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건 꽤 의미 있는 작업이다. 핵심 용어와 주를 에필로그 이후에 달아놨으니 모르는 용어는 다시 확인해 보면서 읽으면 된다.
여전히 물리학은 호기심을 가지게 하지만 이과가 아닌 사람에겐 우주만큼이나 아득히 먼 분야다. 누군가에겐 호기심을 채워줄 분야에 속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가장 심오하고 근본적인 질문 앞에 물리학자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듯 생소한 것투성이였지만 존재론적인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 것도 현대 물리학자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과학이 발전했다는 뜻이다. 세계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과학의 범주 안에서 현재 인류가 설명해 줄 수 있는 답변을 이 책을 통해 얻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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