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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여행은 연애 :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쿠바 산티아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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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꿈인냥 아련하게 밀려드는 여행을 떠나던 날의 달콤한 순간이 기억난다. 홀로 배낭 하나맨 채 낯선 지역을 떠날 때 하고픈대로 누릴 때 분명 난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웠고 즐거웠다. 작은 목표를 하나씩 이룰 때마다 사진을 들춰보면 참 많은 걸 해냈다는 걸 또 느낀다. 함께 간 여행보다는 홀로 걸은 기억이 많은 내겐 여행에세이는 그리움의 다른 말이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감상이 아니라서 좋았다. 영어와 프랑스어 뿐만 아니라 스페인어(생활 회화)까지 구사할 수 있던 덕분에 현지인과의 대화에서 자유로웠고 깊은 얘기까지 나눌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북쪽길과 프랑스길이 있는데 알베르게도 많고 가장 많은 순례자들이 가는 코스라고 한다. 일정은 40여일 동안 800km를 걸어야 한다고 한다. 내가 하루종일 서울순성놀이를 걸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체력과 정신력만 믿고 가기 보다는 안배를 잘해서 쉴 수 있을 때 쉬고 발이 아프지 않도록 조절을 해야 완주에 성공할 수 있다.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 걷는 순례길인데 우여곡절 끝에 순례자 여권을 알베르게에서 만들었고, '너무 보고 싶어 한 내 마음이 너라는 환영을 만들어낸 줄 알았다"는 친한 친구가 된 제시카를 만난 곳이 순례길에서다. 인생의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어진다. 사람들과 주고 받는 대화 속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순례길을 걷는 사람도 결국 여행을 목적으로 온 사람과 순수하게 홀로 걷는 사람으로 나뉜다고 한다. 새벽 일찍 길을 나서서 해가 지기 전까지 숙소인 알베르게에 도착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데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외로움은 덜할 것 같다. 만약 내가 간다면 말은 잘 통하지 않겠지만. 스페인의 아름다운 풍광을 모두 다 담을 수 없었지만 중간마다 실린 사진으로나마 순례길을 엿볼 수 있었다. 일생에 한 번은 꼭 떠나야 할 곳이라는 생각도 들고 파리에서 스페인, 다시 파리로 돌아와 한 달 이상 쿠바로 여행을 떠난 저자는 결국 같은 지명을 가진 산티아고를 향해 여행하면서 색다른 체험을 한 것 같다. 온전히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하는 순례길과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에서 느낀 부족함. 누군가에겐 낭만의 도시이겠지만 현지인들의 삶은 오래된 미국의 경제재제로 인해 삶은 풍족하지 않다. 그럼에도 밟고 순수한 모습과 작은 일에도 행복해야 하는 모습은 부러운 부분이다.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날 그녀가 느낀 것처럼 '없어', '떨어졌어'라는 말이 일상인 쿠바와 달리 슈퍼에는 뭐든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는 우리나라는 얼마나 풍족하게 생활하고 있는 것인가? 직접 가서 현지인들과 부대끼며 체험하지 않았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차이점에 눈을 뜨게 된다.


관광을 목적으로 떠나지 않았기에 에이컨을 빵빵하게 틀어줘 오히려 추운 여행자전용버스를 마다하고 불편할 뿐인 트럭버스를 탄 저자는 현지인들과 부대끼며 진정한 여행을 한 것이다. 여행이라면 마냥 다 좋고 천국에 온 듯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삶에 개입해야 할 순간들도 있고 마음에 있는 얘기까지 나누는 깊은 여행을 했으니 이렇게 책까지 낼 수 있었지 않을까? 10년째 파리를 오가며 방랑중인데다 지금은 포르투칼어까지 공부중이라니 그 자유로움이 부럽기도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여행은 마치 연애를 거는 것과 같다는 비유, 연애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하는 걸 보면 지금까지 내가 간 여행은 오직 나를 위한 것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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