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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 : 위대한 작가들이 간직해온 소설 쓰기의 비밀



창작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첫 문장을 내딛는 것의 어려움을 알 것이다. 그 시작이 곧 전체의 흐름을 좌우하기 때문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고등학생때부터 시를 다작하면서 좋은 어휘와 문장을 얻고자 독서에 집중했던 시절이 있었다. 문장은 쉽게 쓰려고 했고 순우리말과 은유로 깊은 사색 끝에 피를 토하듯 하나를 완성했을 때 밀려오는 성취감은 일상적인 영역을 벗어나 문학으로 들어설 때는 그 느낌이 또 다르다. 단지 일상에 머무는 글이 아닌 문장마다 의미를 심고 촘촘하게 얽힌 스토리텔링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부단한 자료조사와 현지답사, 인물관계도를 만들며 준비작업을 갖는다고 한다. 근래엔 정유정 작가 또한 마찬가지의 작업을 거쳐서 소설을 쓴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 소설 쓰기의 비밀을 얼핏 들어보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많은 글쓰기 책 중에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는 바로 소설 작법을 다룬 독일 아마존 글쓰기 분야에서 20년간 베스트셀러를 지켜온 책이다.


우리는 글을 읽다가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없는 단어와 놀라운 문장 구성력을 만날 때면 더욱 집중하게 되고 읽어나가는 동안에 짜릿한 쾌감을 맛본다. 특히 소설을 맛깔나게 쓰는 사람들은 남다른 어휘력을 갖고 있다. 더우기 순우리말을 많이 쓸수록 얻어지는 형용사와 표현력은 문장 사냥꾼에겐 성찬이요, 써먹어야 할 메모장이다.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는 우리가 궁금해하는 소설 작법에 관해서 많은 규칙과 서술 방식, 스토리, 구조 패턴, 화법을 다루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소설 목록들이 줄줄이 나온다. 부록처럼 들어간 인명사전도 알차다. 작가가 남긴 대표작들과 인용한 책 페이지들이 함께 적혀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을 완독한다고 해서 지금 당장 소설 쓰기를 시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어떻게 소설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원칙은 세울 수 있을 듯 싶다. 막연하게만 여겨왔던 소설 장치들이 알고나면 꽤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애초에 이런 것을 배운 적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 대작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은 1964년 아사히 신문 1천만엔 현상 소설 공모에 당선되어 일본 문단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으로 작가는 시간을 쪼개서 글을 써왔다고 한다. 우리는 소설에서 명문장을 만날 때마다 인간과 세상 그리고 정체성까지 각성하는 계기가 된다. 내 글이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것만큼 숭고한 작업이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문학에 대한 학구열에 불타올랐던 그 시절이 그립고 또 다시는 나오지 않을 문장을 만들기 위해 사색하고 우울해했던 그 시절 내겐 세상을 향한 유일한 탈출구였던 그 문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뭐든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없고 부단한 연습과 습작 과정이 필요하다. 적어도 이 책을 통해 소설 작법을 배울 수 있었으니 일종의 큰 소득을 얻고 마무리하는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