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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 : 교하들판 새들의 이야기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 : 교하들판 새들의 이야기

 

 

교하들판의 습지에서 서식하는 수많은 새들을 관찰하며 남긴 사진집이다. 책을 들출 때마다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원형 그대로가 잘 보존된 것 같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어디선가 가을 들녘에 철새 무리들이 소리치며 날아가는 광경이 그려진다. 교하는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여 서해로 흘러가기 때문에 생겨난 지명이라고 한다. 오도동 상공에서 바라본 교하들판은 새들이 서식하기 좋은 자연환경을 갖춘 주민들과 서로 공생하며 사는 곳이다. 농부가 논밭에서 써래질을 할 때며 백로와 황로가 찾아와 먹이를 쪼아대는 모습은 이채롭기까지 하다. 사진도 그러한데 실물로 보았다면 아마 흠뻑 빠져들었을 것 같다. 길조로 알려진 백로가 모내기 논밭에서 함께 있다니 말이다.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15년 가까이 공릉천 하구를 오가면서 남긴 기록은 그래서 소중하게 느껴진다. 언젠가는 우리 앞에 자취를 감출지도 모를 새들에 대한 기록 관찰물로써 값어치를 매길 수 없기 때문이다. 도시에 살면서 또는 동물원에 갈 때도 쉽사리 보기 힘든 야생 속 새들의 다양한 종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이런 새들이 있나 싶을 만큼 교하들판은 새들의 보고라 할 만하다. 이 책에선 사계절 교하들판에 살아가는 새들뿐만 아니라 말똥게와 펄콩게, 너구리처럼 여러 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고 교하에 사는 주민들의 배려 덕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자연을 자연 있는 그대로 우리가 아끼고 사랑할 때 진정 아름다운 장관을 고스란히 돌려받는다고 생각한다.

교하들판에서 새들의 왕인 독수리도 볼 수 있고 참매, 황조롱이, 개리처럼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종도 관찰된다. 이 책에서 언급했지만 안타까운 것은 개발을 하면 할수록 이들이 살아갈 서식지가 점점 없어진다는 점이다. 수도권 제2순환 고속도로가 건설된 후로 더 이상 재두루미를 볼 수 없게 된 것은 누구를 탓해야 할까? 오래전부터 살아오던 구역이 한순간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빼앗은 인간의 탐욕으로 자연은 급속도로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가 오래도록 새들을 관찰하려며 함께 공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 사진집을 보며 잃어가는 자연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허하고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교하들판과 습지가 다음 세대에도 온전히 보존되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