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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죽음의 스펙터클 : 금융자본주의 시대의 범죄, 자살, 광기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사건들이 실려있다.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볼링 포 콜럼바인>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학교 내에서 살상이 벌어지는 장면이 생생하게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노린 묻지마 살인이라 다큐멘터리를 볼 때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얼마나 공포와 떨어야 했을 지 짐작할 수도 없다. 그리고 2007년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교 캠퍼스에서 발생한 조승희 총기 난사 사건도 큰 충격을 주었다. 반자동 권총 두 정 뿐만 아니라 베낭에는 망치, 칼, 체인같은 살상용 무기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고 한다. 약 400발의 홀로포인트탄까지. 하지만 이런 일들은 특정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통계에 의하면 전세계에서 다중살인 사례가 가장 많은 국가가 바로 미국과 핀란드다. 핀란드가 뽑혀서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총기 소지율이 인구 100명당 32개라고 8위에 달하기 때문이다. 


총기라고 한정 지을 필요없이 우리나라에도 '묻지마 살인' 또는 '묻지마 폭행'으로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특징적인 것은 원한 관계가 아닌 불특정 다수를 목표물로 삼는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강남역 살인 사건도 마찬가지다. 서울 번화가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 중 한 곳인 강남역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가해자는 아무런 감정도 없고 무덤덤하게 재연하는 모습을 보며 이 책의 제목과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죽음의 스펙터클>은 자본주의 시대에서 벌어지는 광기어린 살인, 범죄, 자살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만 들고 있다. 어떻게 읽어나가야 할 지 난감했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자세하게 기술된 가해자의 행적과 수많은 죽음들을 보며 우리가 자신의 마음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 가해자들은 대부분은 20대 초중반쯤 되는 젊은이들이다. 이 책은 그 젊은이들이 왜 그렇게 잔인한 일을 벌이게 되었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정신병리학적인 관점에서 짚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 어느 시대보다 우리는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살고 있는데 왜 마음은 황폐해져 가는 것일까? 묻지마 살인도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버림받은 자들이 이런 사건의 주인공이 되는 듯 하여 씁쓸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무겁게 책장을 덮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