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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스칼렛 오아라 : 이승민 장편소설



의외성은 없었지만 스토리텔링이 주는 재미로 인해 읽는 재미가 있는 장편소설이다. 주인공 오아라는 지방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하여 갓 등단한 소설가이지만 갑자기 뇌졸증으로 쓰러진 어머니에 병원비를 대느라 집을 처분하고 자그마한 오피스텔에 들어가 살게 된다. <문학과 미래>에 단편을 싣기로 하지만 담당 편집자인 김순옥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 이 소설에서 재밌었던 장면은 처음 오아라의 시점에서 진행된 이야기들이 다시 김순옥과 노아의 시점에서 장면이 겹친다는 점이다. 각 인물마다 개성과 매력이 뚜렷하고 읽다보면 배경에서 오는 성격이 도드라지게 표현되어서 순간 몰입이 되었다. 깐깐하고 매우 도덕적인 관념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김순옥은 마담으로 불리우며 사모님들을 상대하는 선수 노아와 동거를 한다거나 오피스텔로 이사를 온 뒤 닉네임을 스칼렛이라 이름지은 오아라는 낮엔 글을 쓰고 밤에는 남자를 상대하는 등 우리가 다른 사람의 겉과 속을 모르듯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을 서로 간직하고 있다.



어렸을 적 버려진 고아로 서울역 노숙자들 틈바구니에서 살다가 보육원에서 자라게 된 노아는 처음엔 노예로 살며 눈칫밥을 먹었던 적이 있다. 그러다 어느새 사모님을 상대하는 선수로서 생활하게 된 그는 지적이고 똑똑한 김순옥에게 자격지심을 갖고 있다. 자신은 그 정도 공부를 하지 못하고 이렇게 있는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아는 잘 생기고 아주 젊다. 사모님들의 기분에 따라 눈칫껏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늘 손님을 놓지 않은 적이 없다. 오아라는 잠시 벌이를 위해 논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청담동에서 논술을 가르치는 아버지를 우연찮게 만나게 된다. 김중권은 성형외과 원장인데 그가 타고 있는 BMW나 시계, 옷차림은 온통 명품 뿐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그는 문학에 대한 열정이 있고 오아라가 소설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에게 빠지게 된다. 오아라는 명품에 대한 욕망은 있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미래가 불투명한 가난한 소설가일 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얽혀있는 관계로 인해 서로를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가 있다. 김순옥은 편집장인 유부남 윤석향을 짝사랑하지만 늘 그에게 무시를 당해왔다. 이 소설에선 오아라, 김순옥, 노아를 제외하곤 모두 재력이나 지식이 풍족한 사람들이다. 아무렇지 않게 명품을 살 수 있고 뒷배경도 탄탄하다. 소유욕이 대단한 서지희는 자신이 원하는 건 언제든 살 수 있는 여자다. 그래서 노아가 다른 여자에게 눈 돌리는 걸 싫어하는 것 같다. 소설을 보면 저렇게 제멋대로인 여자를 보면 질린다. 과연 돈과 명품이 무엇인가? 밤에 몸을 파는 오아라는 자신에게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 소설가로 자리잡은 것도 아니며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쏟아부을 돈을 생각하며 미래가 아득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김중권에게 접근하여 경제적인 도움을 받으려 한다거나 밤에 남자를 상대하며 돈을 버는 것도 그녀에게 그것이 최선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갑가지 급전개한 상황에 당황스러웠고 누굴 탓할 것도 없는데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손가락질 하는 것도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아마 예상치 못한 전개와 결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