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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다윈 영의 악의 기원 : 박지리 장편소설



요즘 소설에서는 856페이지는 보기 드물게 방대한 양이다. 대개 그 정도 분량이면 상·하로 나뉘어 출간하곤 하는데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한 권 그대로 출간한 덕분에 들고 다니면서 보기엔 조금은 부담스런 두께를 가진 책이 되었다. 표지부터 음산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어떤 메세지를 담고 있을까? 일단 이 책은 페이지가 많을 뿐이지 읽어나가기엔 어렵지 않았다. 책의 배경은 헝거게임이 떠오르는 9지구로 세계는 나뉘어져 있는데 소설은 30년 전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 당시 9지구 내에서 12월 어느 날 폭동이 일어났을 때 찍힌 사진 한 장을 단서로 범인을 쫓아나간다는 내용이다. 스토리가 워낙 흥미로운데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악에 대한 심리적인 묘사도 탁월했지만 한 번 스토리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흡입력이 놀라웠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범죄를 저지른 자를 추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그리고 엘리트 집단인 1지구와 대비되는 황무지 같은 땅은 9지구. 1지구 내에서도 수제들만 입학이 허락된 프라임 스쿨. 주인공인 다윈과 그의 단짝 친구 레오는 프라임 스쿨의 학생이며, 여주인공 격인 루미는 최고의 여학교인 프리메라의 학생이다. 이 들은 16세에 불과한데 여기저기 많은 복선들이 깔려있어 흥미롭다. 다윈 영은 할아버지 러너 영, 아버지 니스 영으로 이어지며 화목한 3대로 지내지만 점점 변하가는 모습과 죄는 피를 이어 대물림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나는 전혀 죄가 없다고 여기지만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그리고 아버지에서 다윈에게로 이어져 죄는 반복된다.


소설 속 인물들 사이에 얽혀있는 관계과 만약 내게 이들과 같은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대입시키면서 읽으면 더욱 몰입되기 쉬운 책이다. 우리는 항상 사람들과 엮어있고 순간의 선택에 따라 앞으로의 일들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표지를 유추해보면 후드를 입는 건 최하층으로 분류되는 9지구 사람들이 입는 복장인데 엘리트 중 엘리트인 선택받은 1지구 프라임 스쿨 학생인 다윈은 왜 스스로 빨간 후드 티를 입게 된 것일까? 국내 소설에서도 진득하게 읽을만한 책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