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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장편소설



잔잔하게 읽기에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도시에서 살아가는 내게 생각해볼만한 질문들을 던지는 소설이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경력을 가진 주인공 사라는 누가봐도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11년차 광고 디자이너로 번듯한 직장에 다니면서 10년째 동거중인 스페인 남자 호아킨이 있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지 않고 아이가 없다는 것 외에는 달리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다 마치 주인공이 불행에 빠질 것을 예견하기라도 하듯 시빌이라는 말하는 고양이가 사라에게 찾아와 말을 건다.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장치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이 소설에서는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라는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한 번 좋지 못한 일을 겪은 후에는 연이어서 안 좋은 일을 당한 사라. 모든 것을 잃은 뒤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처음에는 사라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사라를 따라 낯선 영국으로 온 호아킨이 자신의 부당함을 분노하듯 터트릴 때 사라가 공평하게 대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이제서야 직장에서 자리잡은 호아킨이 10년간 이어져 온 동거생활에 염증을 느낀 것도 당연해보였다. 그 일 뿐만 아니라 가족의 파산소식을 듣게 되고 남자친구의 집을 떠나 아파트에 살게 되지만 주변 환경은 온통 거칠고 열악하기만 하다.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거리는 그럴 때마다 말을 계속 걸어오는 고양이 시빌일지도 모르겠다. 힘든 상황과 왜 이런 일들이 내게 닥치는가에 대한 절망. 고양이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 있을 것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일까? 분주하게 오가는 도시 속에서 느끼는 고독과 처절한 외로움. 그리고 문득문득 등장하는 주옥같은 문장들이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분실소 센터에서 노트북을 찾으러 간 사라가 문득 시빌이 한 말을 회상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나와 비슷한 것 같았다.


"우리 인간들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정작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걸 보지 못한다고 했었지. 언제나 과거를 곱씹으며 미래를 예측하고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떠오르는 무수한 가능성과 망상, 꿈과 악몽을 생각한다고. 그렇게 우리 마음이 다른 데 가 있는 동안에도 인생은 상관없이 흘러가는데 그걸 알아차리지도 못한다고." p.105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느라 실제 일어나는 걸 보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얽매여서 실현되지도 않을 망상에 빠지고 그러는 동안에도 인생을 계속 흘러가는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가능성과 기회를 놓쳤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 억지스럽지 않은 조언을 시빌을 통해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내 얘기일수도 있는 그 말들이 내 마음에 콕콕 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