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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흉터의 꽃 : 김옥숙 장편소설



아픈 우리의 지난 역사의 기록인 원폭 피해자들의 증언. 그들의 얘기를 듣기 위해 경남 합천으로 취재차 내려간다. 저자도 경남 합천 출신인데 소설 형식을 빌어 취재기록을 플래시 백을 하면서 중간마다 그들의 증언을 듣는 방식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기 때문에 이야기에 살을 더 보탤 수가 있고 현장감을 살릴 수가 있기 때문에 몰입이 쉽게 되었다. 이 소설은 합천에서 태어나 부유한 형으로부터 천대받으며 살아간 강순구가 장인으로부터 얼마간의 돈을 받고 일본으로 건너가 가난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 폭탄이 떨어지는 그 한폭탄에 그들은 그곳에 있었다. 어느 자료보다 생생하게 그 당시로 돌아간 듯 피폭 후의 상황을 잘 그려내고 있다. 모든 것을 잃고 다시 합천으로 돌아왔는데 한창 꽃 필 나이의 분희는 원폭 피해를 입어 얼굴이 보기 흉하게 바뀌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여자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막막하게 다가왔다. 



아마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 폭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그들은 가난에서 벗어나 먹고 살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그곳에서 원폭 피해로 인한 후유증과 고통을 안고 평생 살아가야 했다. 원폭 피해를 입은 분들의 이야기도 증언을 통해 전해지고 있기 때문에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도 얼마나 처참했는지 마음으로 공유할 수 있었다. 원폭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소재로 나온 소설은 거의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 있으니 그들의 절박함과 서러움, 힘든 시기를 이 악물고 이겨내야 했던 모습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원자폭탄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한 도시를 잿더미로 만들 정도로 강력한 폭탄이었는데 히로시마 인구 33만명 중 14만명이 사망하고 나가사키는 7만명이 사망했다. 합쳐서 대략 21만 여명이 한 순간에 죽게 되었는데 히로시마에 거주하고 있던 7만명의 조선인 중 3만명이, 나가사키에서는 1만명이 죽음을 당해야 했던 생지옥의 현장이었다.



분희는 여자가 누려야 할 아름다움을 모두 상실해 버렸지만 그의 곁에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던 동철이 있었다. 이웃하면서 친하게 지낸 동철은 분희를 사랑하게 되었고 분희의 흉터에 꽃을 가져다 댄다. 동철이 진달래 꽃가지로 분희의 흉터에 가져다 대는 그 행위만으로 동철의 마음이 상처를 어루만지고 분희가 비로소 온전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들게 만든 건 바로 진심이 담긴 사랑이었다. 둘 다 생지옥에서 살아남았는데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건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과 비극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작가의 필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본인이 원치 않는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보듬어 안아줄 수 있는 성숙한 사회이길 바라며. 원폭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