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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음악 혐오



우리들의 인생에서 음악은 빼놓을 수 없다. 악기와 소리에 멜로디를 입혀 기쁨과 슬픔, 분노와 위험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의 기원은 어디서부터 유래되었을까? 이 책은 음악의 기원을 따라가 음악이 과연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인류가 음악을 어떻게 사용해왔는가에 대한 비판 내지 반성을 담고 있다. <음악 혐오>는 장르가 소설이지만 다루고 있는 소재에 대한 접근은 철학서에 가깝다. 그래서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어딘가에선 난해하게 읽히고 또 어떤 부분에서 은유로 아름답게 채색하기도 한다. 공쿠르 상을 수상한 파스칼 키냐르는 음악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루면서 그리스 신화부터 소개해놓고 있다. 세 종류의 천이 몸을 두르고 있는데 칸타타, 소나타, 시인데 이를 풀어 말하면 노래하는 것, 울리는 것, 말하는 것이다. 


음악 용어들도 고전에 등장하는 부분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 재미있었고 고대 음유시인들이 음악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들도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읽히기 어려웠던 부분들도 다시 천천히 읽다보면 알렉스 로스가 "철학과 소설 사이, 그 독특한 공간을 떠도는 신비롭고 시적인 비행"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음악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에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음악에서 파생된 갖가지 일화들은 또 그 자체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에피소드다. 근데 하필이면 제목을 음악 혐오라고 지었을까? 음악이라고 해서 흔히 베토벤, 쇼팽, 바흐를 다루면서 우아한 것만을 표현했다기 보다는 다소 잔인한 야만의 시대의 민낯도 표현하고 있다. 아름다운 소리를 듣기 위해 돼지부터 사람까지 거세했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소리에 대한 집착이 곧 혐오로 드러나지는 않았을까?


음악은 본래 피비린내 나는 것이라는 말이 섬뜩하게 들리는데 아름다운 소리를 듣기 위해 희생되고 그들이 겪어야했던 일들은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한다. 정독하지 않고 읽을 때는 드러나지 않던 지문들이 재차 다시 반복해서 읽다보면 깊이있는 내용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진득하게 앉아 읽어야 이 책의 진가가 드러난다. 음악에 대해 지식을 넓히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