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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혼란스러움을 간직하는 방법 : 퇴사, 그 흔들림 속에서




회계사 시험을 공부하다 뒤늦게 직장생활을 시작한 저자는 근사한 양복을 입은 채로 퇴근길에 팀장과 같이 포장마차에 들러 어묵을 먹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이제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뿌듯함에 어깨가 절로 펴졌을 것이다. 남들과 같은 대열에 합류했기에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만하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그리 녹록치 않다. 기획팀에서 재무팀으로 발령이 떨어졌을 때 느낀 열등감. 좌천되고 밀려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퇴사. 여태 직장생활하면서 겪은 일들이라 대부분 공감이 갔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임금체불 혹은 스스로 사표를 내고 퇴사하며 생긴 공백.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과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편안함과 불안감이 수차례 뒤엉키며 공존했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하기 싫은 업무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었고 눈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나를 해방시켰다.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별다른 준비없이 퇴사를 하면 혼란스러움을 겪는 일이 당연하다. 퇴사 후에는 갑자기 시간이 많아진다. 직장생활 하면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풀릴 때 쯤이면 그 공백이 길어지면서 게을러지기 쉽다. 일상처럼 반복되던 출퇴근 시간에 얽매일 필요도 없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퇴사에 대한 고민은 종종 들르는 카페에서 보면 여러가지 사유에 의해 벗어나고 싶어한다. 또라이 상사가 있거나 대책없이 일몰이에 지칠 때, 경력이나 포트폴리오와는 상관없는 일을 해야만 할 때. 우리는 퇴사를 꿈꾼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점점 망가져가는 신체, 술과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다보니 늘어나는 뱃살.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퇴사를 하게 되면 그 상황과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꼬박 들어오는 월급과 함께 일하던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없지만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 때문에 퇴사일을 정해두고 무엇을 할 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마 같은 일을 겪어본 경험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퇴사 이후의 삶을 예상할 수 있을 듯 싶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정해진 삶에서 자신의 행복과 꿈을 담보로 자꾸 미뤄두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볼 때이다. 안락한 불안감을 쥐고서 그 생활을 이어나가기 보다는 타인의 시선이나 기대에 발목 잡히는 것이 아닌 스스로 결정하고 마음이 이끄는대로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야 행복할 것 같다. 요즘 퇴사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며 1인 기업가가 되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시간을 마음껏 쓰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 직장이라는 틀에 매여서 못해본 것들을 배우고 내 미래를 만들어가는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잠시 쉬면서 여행을 하다 이직을 하든 아니면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을 하든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퇴사 후에도 더욱 열심히 살면 된다. 저자도 퇴사 후에 4050세대 퇴사자들의 멘토로 활동하는 것처럼 분명 길을 열리고 기회는 찾아올 것이다. 오늘도 난 행복한 퇴사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