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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 박상 본격 뮤직 에쎄-이



음악과 함께 떠나는 추억 여행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책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들을 때마다 추억에 빠지거나 그 시절이 완벽하게 소환되는 곡들이 있다. 양수경 <사랑은 창밖에 빗물같아요>, 유재하 <지난 날>, 이승환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신해철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피노키오 <다시 만난 너에게>, 손지창·김민종이 함께 부른 <느낌>, 모노 <넌 언제나> 등 음악은 내가 있는 환경과 상황이 절묘하게 어우러질 때 더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불쑥 나오는 음악들은 죄다 찾아들어야 할 것 같고 또 그 음악을 들으면 작가의 경험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들에게 음악은 그런 존재다. 나는 소소한 여행을 떠날 때만 늘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MP3 플레이어에 담아두고선 의미없이 지나는 시간을 노래로 채워넣는다. 귓가에 울려 퍼지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는 한다. 



환락의 섬으로 불리우는 스페인의 이비사 섬을 방문했을 때 섬 전체가 마치 클럽하우스처럼 들썩이고 길거리나 식당에는 당당하게 비키니 차림의 수영복을 입은 여성을 쉽게 마주칠 수 있고 무엇보다 어떤 차별이란 존재하지 않는 듯 그 흥겨운 음악이 저절로 몸이 반응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나왔다는 Daft Punk의 <Get Lucky>가 그런 곡이었다. 내게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대구의 스파밸리로 여행을 하면서 들른 적이 있는데 하루종일 애프터스쿨 블루의 <원더보이>만 틀어주었다. 분위기와도 어울리고 그래서 기분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이 책은 기존 음악을 다룬 책과 독특한 목차 구성을 했다. 카세트 테이프처럼 SIDE A와 SIDE B로 나뉘었고 트랙 수만 보너스 트랙까지 43곡에 달한다. 익히는 아는 노래도 있었지만 팝송도 꽤 되었다. 예전에는 길거리를 지나가면 당시 유행하는 음악이 앨범 통째로 흘러나왔고 매장마다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지금은 저작권 문제로 인해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없게 된 것이 안타깝다.



그저 개인적 취향으로 음악을 듣고 추억을 함께 공유한다. 지금보다 한창 어릴 때는 걷다가 음악을 들으면 독특한 상상을 하곤 했었다. 갑자기 멈추고 음악에 맞춰 다함께 춤을 춘다거나 혼자 음악에 심취해서 몸을 흔들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저 그런 흔한 일상과 무료하게 반복되는 삶에서 음악과 함께라면 이야기가 되고 나를 살아있는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음악을 들으면서 일하면 집중력이 올라가서 쉽게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쓴 작가도 자신의 경험담과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음악과 함께 풀어갔을테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비슷하기에 그가 선별한 곡들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음악은 멜로디와 가사가 합쳐져서 완성되는데 유심히 가사에 귀 기울여보면 내 철학이 스며드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가 매일 듣는 음악이 무엇이냐에 따라 가치관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작가는 자신을 무명작가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글마다 위트가 있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재주가 있다. 에세이는 자신의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경험을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이야기가 되고 그 경험을 하나의 추억으로 공유하게 된다. 그 중심에 음악이 들어있고 그래서 특별하다. 어둑해진 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시그널과 연이어 틀어주는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던 내게는 그런 감성을 떠올리게 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지나와보면 음악이라는 존재가 내 삶에 얼마나 소중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지 되새겨보며 간만에 기분좋은 추억 여행을 떠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