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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 아프리카 도시민 사회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자본주의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한 뒤로는 빨리 기술을 배우고 능력을 키워 직장생활을 다니는 것이 정상적이고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사업할 생각을 가진 적도 없었고 더구나 하루 벌어 하루 산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사회 시스템에 맞춰 쓸모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렇게 하나의 부속품처럼 일하며 매달 월급받아 생활하는 직장인일 뿐이다. 회사를 다니지 않고 쉬고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 마음은 불안했고 미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암담했다. 이제는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 된 기분이 들었다. 하루 벌어 사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고찰을 담은 이 책은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은 비공식 경제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무한경쟁시대이자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사회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일하는 것이 정답일까?라는 의문점이 드는 시기에 읽으니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따지고보면 일정 수준 자급자족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사회가 정한 나름의 기준대로 직업을 갖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자유롭게 자신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자신에 삶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삶의 질이 더 높아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와는 달리 오로지 현재만을 생각하며 산다는 아마존의 피다한족. 선교를 하러 갔던 대니얼 에버릿은 30년간 그들과 생활하면서 신앙을 버리고 무신론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우리는 늘 과거와 미래를 통해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욕망의 크기를 비교하고 그로 인해 좌절하면서 산다. 사실 중요한 것은 지금을 사는 오늘인데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해 괴로워한다. 삶의 행복과 가치는 무엇인가? 왜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음에도 하루가 행복하지 못할까? 저자는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에서 사는 사람들을 통해 하루 벌어 먹고 살아도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음을 전한다. 


정작 이 책을 통해 깨달아야 할 것은 삶을 대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데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삶의 방식에 대한 의구심은 내가 잃어버리고 살았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다. 비록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열악하고 궁핍해보이지만 그들은 딱히 물질에 집착하지 않고 오늘을 만족하며 산다는 데 있다. 이룰 수 없는 목표나 남들이 가진 것을 탐내기 보다는 하루하루 자신이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면서 항상 자신감과 여유를 가지며 산다. 그건 오늘이 행복하고 즐겁기 때문에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염려하지 않으며 살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