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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캔터베리 이야기




세계적인 대문호인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프리 초서가 지은 <캔터베리 이야기>가 있었다. 이 책에는 인간군상의 다양한 장면들이 담겨있는데 이 책의 특징은 서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기사, 하급기사, 수사, 탁발수사, 상인, 서생, 변호사, 소지주, 선장, 의사, 본당신부, 식료품 조달인, 면죄사, 여관 주인 등 직업이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해서 쓰여있다는 점이다.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모여서 <캔터베리 이야기>로 묶어서 읽혀 온 이 책은 미국대학위원회 SAT 추천도서이자 시카고 대학을 명문대로 만든 '시카고 플랜'의 필독서로 선정된 고전 중의 고전이다. 서문에 언급한 직업군대로 그들이 가진 에피소드를 이야기에  담고 있는데 매우 흥미롭고 역시 고전 명작답게 그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몰입도를 보여준다.


꽤나 두꺼운 책이라 읽는 호흡은 무척 길었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었을 때처럼 등장인물마다 탁월한 심리 묘사가 돋보였고 <천일야화>처럼 이야기가 연상될 정도로 가독성도 좋아서 역시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캔터베리는 실제 영국에 존재했던 작은 마을명이고 순례자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기사 이야기를 들어보면 테세우스라는 아테네 왕이 있었는데 개선길에 불쌍한 여인이 당한 이야기를 듣고 곧장 테베로 달려가서 군사들과 함께 초토화시킨다. 그 와중에 시체더미에서 팔라몬과 그의 친구인 아르시테만은 목숨을 건져 평생 감옥에 갇힌 채 보내야 했다. 보석금도 허용되지 않으니 그 답답한 공간에서 지내야 했던 그들의 눈에 어느 날 테세우스의 여동생인 아름다운 에밀리를 보내되고 서로 먼저 그 여인을 사랑했다며 말다툼을 벌인다. 대화 자체도 솔직해서 고전 임에도 신선했던 부분이었다. 감옥에서 벗어나게 된 팔라몬과 아르시테지만 에밀리를 두고 결투를 벌이게 되는데 결국 많은 상처를 주고 받게 되었지만 아르시테가 결투 속에서 받은 심장 근처의 상처가 악화되고 갖은 노력으로 치료해봐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죽게되자 에밀리는 팔라몬의 차지가 된다. 그 둘은 서로 싸우는 일 없이 행복하게 사랑하며 살았다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데 명예를 중시하는 기사 이야기가 곧 사랑 싸움이 되어 친한 친구가 서로에게 칼을 겨누며 싸우는 모습이 중세 시대 어느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교훈이 담긴 이야기도 있고 인간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이 14세기에 쓰여졌다는 걸 감안하면 제프리 초서는 탁월한 이야기꾼 임이 분명하다 <캔터베리 이야기> 초판이 나온 이후로 90여종의 판본이 나왔다는 걸 그 당시 사람들에게 두루 읽혔을만큼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과연 지금까지도 여러 사람들에게 읽히는 고전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영문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제프리 초서의 작품을 이제서야 읽게 되어서 좋았고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들 준비가 되어 있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책이다. 책이 두꺼워도 그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