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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계단을 닦는 CEO : 오직 땀으로만 불행을 지워버린 청소아줌마 이야기|성공을 향해 달리는 CEO에서 누군가의 삶을 닦아주는 CEO로


대단한 분이다. 책 곳곳에서 전해져오는 땀과 눈물의 기록들은 치열하게 삶의 현장에서 분투해 일군 성과라 각별하다. 프롤로그를 보면 이보다 더 기구한 삶을 살아온 여자도 없을 듯 싶다. 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지적 장애와 언어 장애를 갖고 있어서 늘 주변 사람들부터 멸시 어린 시선을 감내해야 했고 어머니는 똑 부러지는 성격이지만 냉정한 사람이라 정을 붙일 수 없다. 저자는 일찍 결혼했지만 남편이 군대에서 자살하는 데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미망인이 되어 미혼모로 살아야 했다. 그녀의 어깨에 가득 짓눌린 짐들은 얼마나 큰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남대문 옷 가게에서 악착같이 매달려 일했는데 무려 13년간 그 열악한 환경에서 꿋꿋히 버티며 일했다. 열심히 한 덕에 평판이 좋았고 가족의 생계를 잘 꾸려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식당 업을 한다고 크게 벌였다가 망하고 친한 친구에게 맡겼던 옷 장사는 배신 당해 날려야 했다. 게다가 43세에 뇌종양에 걸려서 15년 동안 고생하고 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청소용역 회사를 차린 뒤 승승장구 하면서 여성 CEO로 자리 잡았다.


직업에 귀천은 없고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꾼다. 성공과 실패의 양극단에서 어느 순간 포기해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을 텐데 잘 이겨내고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을 펴낼 수 있을 정도로 자수성가 했다. 몇 년 전에 청소용역으로 창업에 성공해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보내는 사람을 소개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청소라는 게 힘들고 많은 노하우가 쌓여야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직업인데 성공을 거뒀다는 건 그만큼 치열하게 매달린 결과일 것이다. 이제는 이 일을 시작하기 위해 일 하다가 독립한 사람들을 지원하고 노하우도 아낌없이 알려주면서 같이 성공해가지는 타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직업과 일에 대한 태도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고 사람을 다루는 일은 생각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직원이나 고객을 대하는 방식도 직접 현장에서 일한 분이 쓴 책이라서 현장감이 실려 있었다.


정말 어렵게 어렵게 그 위치에 올라선 분이라서 확실히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인생을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글 곳곳에서 배어나온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아왔던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 한데 자신에게 닥쳐온 불행의 그늘을 딛고 누가보면 하찮게 여길 분야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아마 창업을 준비하거나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경영 철학과 직원을 다루는 방식에서 참고하거나 배울 점들이 많을 것이다.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돈을 많이 벌어서 안락한 삶을 만들어가고 싶을 것이다. 이 책을 쓴 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세상에 쉽고 거저 얻을 수 있는 행운이나 성공은 없다는 것이다. 아마 이 시대를 사는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