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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집이 사람이다 : 그 집이 품고 있는 소박하고 아담한 삶



'집은 사람을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살아온 흔적이 곳곳에 베어있기 때문이다. <집은 사람이다>는 소박하지만 그 안에서 꿈과 오늘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책을 펼쳐들고 읽으면서 참 좋은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단순히 거처하는 집에 대한 소개 위주가 아니라 살아온 이력과 삶이 묻어나온 인터뷰이들의 진솔한 얘기들이 곧잘 읽혔다.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 중에는 유명한 사람도 있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딜가나 비슷하다고 듣는 것만으로도 그냥 좋았다. 자신들이 살아왔던 집에 대한 기억을 소환할 때 잊지못할 순간들과 추억들이 있다. 이제는 그 시절,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는 걸 알면서 생각날 때마다 이야기에 살이 붙는 건 우리 가족과 나를 증명하는 역사라서 되풀이하는 듯 싶다.


이 책은 4장으로 구분지었는데 소박한 집, 시간이 쌓인 집, 예술이 태어나는 집, 공동체를 향해 열린 집 꼭지마다 넘치는 사연과 기구한 운명을 만날 수 있다. 소박한 집은 더 큰 욕심부릴 것도 없이 단출하게 집안 살림을 꾸려 정말 사람 사는 냄새가 진동하는 것 같아 읽기 편했다. 우리는 집안에 너무나도 많은 물건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당장 내 집에도 조경란 작가처럼 책이 많아서 곳곳에는 책탑이 쌓였다. 차마 버릴 수 없어 또 읽어야 할 책이 남아있어서 미뤄뒀는데 책 때문에 천장이 무너질까봐 작가가 된 지 11년에 서재를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는 말이 그리 공감될 수 없었다. 역시 사람 사는 이야기는 언제 어떻게 들어도 재미지다.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영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이 책이 더 돋보였던 것 같다.


집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멋지게 찍은 사진과 함께 실린 책이라 집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예술이 태어나는 집은 예술가들이 머무는 집 주변 환경에 따라 창의적인 결과물을 쏟아내는 걸 보면 사람이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참 그 집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하게 일곤 한다. 집이라는 건 우선 내가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이왕이면 집 주변이 평온하고 한적 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집 구경을 하면서 그 동네 참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는 그 집에 머무는 동안에는 계속 여럿 추억들이 문득문득 소환될 것이다. 거창할 필요도 없고 소박하지만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그런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는 이 책을 읽고나면 아마 세상이 훈훈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