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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웃음의 현대사 : 시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우리를 웃게 한다



26년차 방송작가가 대한민국 초창기부터 현재까지의 근현대사를 한 눈에 담아 쓴 책이다. 일제감정기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데 조금은 낯설지만 잘 모르던 부분이라서 주로 무성영화가 영화관에서 상영할 때 사람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변사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던 일명 모던 보이, 모던 걸로 불리웠던 젊은이들의 생활이 그리 낯설지 않았던 것도 신기했다.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면면들은 또 다른 흥미점이다. 이 책이 의미있는 건 바로 근현대사의 복원이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박정희와 유신 정권, 386과 민주화운동, X세대와 90년대, 밀레니엄, 2010년대까지 브라운관의 시대부터는 내게 익숙한 개그맨과 프로그램들이 나와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당시에 유명한 사건들의 전말도 알게 되었고 사건의 맥락을 보니 지금 기준에서보면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었다.


토크쇼가 통하던 시대에서 점차 리얼 버라이어티를 시도하면서 대세로 자리잡았다. <1박 2일>과 <무한도전>이 13여년이 넘는 장수 프로그램이 되었고 가장 영향력 높고 두터운 지지층과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일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프로그램으로 출연진들의 인지도가 상승했고 나영석과 김태호는 스타 PD로 거듭났다. 여기에서도 그 부분을 짚고 있다.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는 양대산맥으로 양분된 예능의 두 주춧돌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케이블과 종편 방송이 시작됨으로 인해 예능인들이 나올만한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다. 예능에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는데 토크콘서트나 시사를 접목한 썰전이다. 슈퍼맨이 돌아왔어요나 이방인, 나혼자 산다처럼 관찰예능이 주목받게 되었다. 이처럼 시대에 걸쳐 때로는 서민들의 울분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잠시 현실의 아픔을 잊게 해주며 실컷 웃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변웅전 아나운서가 진행했고 일요일 아침에 연예인들이 실내 운동장에서 게임을 펼쳤던 <명랑운동회>. 온 가족이 모여 연예인들의 게임을 함께 즐겼던 <가족오락관>. 전주 음악만 들어도 들썩이게 한 <전국노래자랑> 등 이 책을 부제처럼 우리를 웃게 만든 방식은 시대마다 달랐다.


오랜만에 예전 생각이 났고 방송사에 얽힌 얘기도 즐거웠다. 빨리빨리 후다닥 만든 HLKZ-TV는 대한민국 최초의 방송국으로 알려졌는데 1956년 5월 12일 개국했고, 지금처럼 단독 건물이 아닌 종로 보신각 옆 동일빌딩 3층 일부 공간 30평 정도의 스튜디오가 전부였다고 한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 일본, 태국에 이어 네 번째 TV 방송이라고 하는데 처음은 이렇게 열악했다. 그렇게 시작한 방송은 군사정권을 거쳐 우여곡절을 겪고 정치적 상황과 코드가 맞는 낙하산 인사로 인해 영향을 좌지우지 받는 걸 보면 안타깝게 지켜봐야 했다. 이제는 정상화되어 <유머1번지>나 <SNL 코리아>에서 보여주었던 시사풍자 개그가 다시 나와줬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추억으로 가는 열차를 탄 듯 즐거웠고, 방송의 역사도 되짚어보게 되어 여러모로 유익하게 읽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