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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노포의 장사법 : 그들은 어떻게 세월을 이기고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나



평소 맛집 탐방에 관심이 많다면 주목해야 할 책이 <노포의 장사법>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바로 노포가 갖춰야 할 조건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무나 장사하는 것이 아닌가보다. 돈을 많이 벌 생각 보다는 우직하게 맛을 지키고 재료를 속이지 않고 손님과의 신뢰가 그 비결일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식당들은 대부분 오래되기도 했지만 언론 매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더 의미가 깊다.

기세 : 멀리보는 장사꾼의 배포와 뚝심을 배우다
일품 : 최고만을 대접하는 집념과 인심을 배우다
지속 : 세월을 이기고 전설이 되는 사명감을 배우다


식당이 오래되면 그 연차만큼 오래된 단골 손님들이 많다. 또한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주방장도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를 이어서 맛을 지키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고 매우 고되고 힘든 작업이다. 그래도 꾸준히 찾아와주는 단골 손님들로 인해 변함없는 맛을 내고 있는 것이다. 노포는 맛이 있어 오래 남아 있는 식당을 말하는 데 저자인 박찬일 씨는 3년간 전국을 발로 뛰면서 찾아냈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이미 맛으로 검증받은 곳이다. 식당 연차만큼 찾아와주는 단골 손님이 그 증명이다. 얼마나 오래되었으면 대를 이어 장사를 하는 사장에게 직원이나 손님이 편하게 말을 놓으며 말할 수 있나. 개업 초기부터 이어져 온 인연이기에 가능한 풍경이다. 

최근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였던 평양냉면(옥류관 냉면)은 그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냉면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서울 5대 냉면집에 무조건 들어간다는 '을지면옥'을 발견하면서 든 생각이다. 평양 출신의 홍영남, 김경필 부부가 시작하여 현재 자리로 1985년에 개업한 '을지면옥'은 메밀 7대3의 비율로 한 평양냉면이 주 메뉴다. 가격은 만원인데 블로그로 검색해보니 역시나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같이 곁들일 편육(돼지고기), 수육(소고기)도 빼놓으면 섭하다. 짐작하겠지만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검색한 후 찾아가 맛보고 싶어질 것이다. 

처음보는 식당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 9년 전에 찾았던 성북동돼지갈비집이 소개되어 무척 반가웠다. 사진 속 상차림을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어 반가웠고 그 특유의 돼지불백 맛은 잊을 수 없다. 역시 오래된 모든 것은 아름답다. 그 세월만큼 사람들의 추억과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기억을 공유하며 오래도록 변함없는 맛에 추억을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대를 이어 업을 이어온 노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요즘처럼 프랜차이즈 점이 늘어나면서 개폐업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그 자리를 지켜온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이 책은 식당의 역사 외에도 음식에 얽힌 유래와 노포의 조력자들을 소개해줘서 유익했다. 다양한 식재료들이 등장하고 어느 시기부터 이 음식이 소개되었는지를 알 수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맛보러 찾아가 보는 것도 꽤나 좋은 맛집 탐방이 될 것 같다. 제대로 된 맛을 보기 위해서라도 찾아가보고 싶다. 왜 이들이 노포로써 대를 이어갈 수 있었는지 알고 싶고, 앞으로도 꾸준히 역사를 이어가는 노포가 되어 단골 손님들도 대를 이어 찾는 곳으로 남아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