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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번복



<번복>은 '나무가 쓰러진 자리', '먹다', '주변인들의 주변인', '언더', '번복', '서쪽으로 가려진 남자는 동쪽으로 갔다네' 등 6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된 책이다. 대구 출신의 젊은 작가는 현재 연세대 재학 중인데 띠지를 보니 잃은 것, 잃어가는 것 그리고 잃어버릴 것에 대해 글을 쓴다는 말처럼 이 책에도 상실해버린 것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호흡이 짧은 소설이기에 하나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담아내야 한다. 책을 관통하는 밑바탕에는 '죽음'이라는 소재가 깔려 있다. 꽃이 되고 싶었던 어머니는 할미꽃이 되어 곁에 남았고,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드러난 두려움과 공포, 주체성에 매몰된 나머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죽음으로 이끈다는 내용, 살아있음에 행복하다는 기억, 죽음 그 자체보다 두려운 것은 무심하게 대하는 현실, 누군가를 짧은 시간에 알아내지 못함에도 판단하고 규정을 내리는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이렇게 죽음을 극단적인 방식이 아닌 일상에서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통해 문장을 써내려 간 것으로 보인다. 읽을 때 급하게 마무리 되는 느낌 때문에 습작으로 보였는데 생각해보니 죽음을 담담하게 표현한 문장에는 깊은 슬픔을 발견할 수 있다. 20대 초반의 나이 임에도 무거운 주제를 쓰려고 한 부분은 앞으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내일도 일상처럼 늘 곁에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이 떠나고나면 그 상실감과 허무함은 이루 말할 없는 슬픔과 함께 삶을 지배한다. 문학이라는 형식으로 결코 가볍지 않게 표현하려고 한 점은 그가 작가로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책 말미에는 글을 쓰면서 자주 들었던 노래 목록이 나와 있다.

· 짙은 - 짙은
· 화학평형, 명왕성 - 신해경
· Graduation, Tomboy, Good bye seoul - 혁오
· 열대, 서울 - 쏜애플 

8곡은 공통적으로 우수에 찬 쓸쓸한 느낌인데 그 감정이 소설에도 녹아들은 것 같다. 우리들의 삶은 필연적으로 우울을 동반하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