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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펭귄 하이웨이 : 모리미 도미히코 장편소설



'펭귄 하이웨이'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쓴 모리미 도미히코의 신간 소설로 얼마 전 극장에서 개봉하여 절찬리에 상영중에 있다. '만약 우리 동네에 펭귄이 나타난다면?'이라는 소재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 지 기록에 집착하는 11살 소년 아오야마의 시선으로 쓴 소설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상상력으로 가득한 모험 판타지 류의 소설이라고 보면 맞을 것 같다. 이 소설은 호기심 가득한 소년이 짝사랑하는 누나와 함께 수수께끼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환상적으로 그리고 있다. 작가는 '매직 리얼리즘' 기법으로 현실과 가상이라는 두 공간을 교묘하게 배열하는 독특한 세계관과 고풍스러운 문체, 교토를 배경으로 하는 것을 특징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만큼은 교토가 아닌 교외 주택가를 배경으로 삼았다.

우리들도 어린 시절을 지나오며 온갖 상상력을 펼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장난감 몇 가지 만으로도 풍성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생성하며 세계관을 형성했던 것처럼 아오야마도 왜 펭귄이 우리 동네에 집단으로 나타났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물론 이성적으로 접근하면 말도 안되는 일이긴 하다. 추운 지방에서 사는 펭귄이 후덥지근한 여름날 교외 주택가에 나타날 리가 없지 않은가? 이제 곧 이성에 눈뜰 나이가 된 아오야마 시점에서 보면 '펭귄 하이웨이'는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소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1살이라면 젖니를 빼야 할 시기라서 치과 가는 것이 무서울 법도 한데 아오야마는 오히려 무척 좋다고 말한다. 그건 치과 병동의 간호사로 일하는 예쁜 누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 누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난 뒤로 펭귄과 함께 일어난 소동을 풀기 위해 많은 시간을 갖게 된 것은 자신을 어른으로 성장시켜 준 과정인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하던데 멋진 작풍과 음악, 기발한 상상력의 발현은 충분히 소설에서 묘사된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해내지 않았나 싶다. 평에서 자주 얘기 하는 가슴에 대한 집착도 어른이 아닌 11살 소년의 눈으로 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얘기다. 그 나이에는 호기심이 왕성하고 특히 이성을 알아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가선 누나의 비밀이 밝혀지고 헤어짐을 맞이하게 된 아오야마는 '세상에는 해결하지 않는 게 좋은 문제도 있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되새기며 멋진 사람으로 성장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로 깊은 여운으로 남게 한다. 우리를 동심의 세계로 안내하며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한 소설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