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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보헤미아 우주인 : 야로슬라프 칼파르시 장편소설



'보헤미아 우주인'의 주인공은 진지할 새 없이 시종일관 입담이 끊이질 않는다. 라이브러리 저널에서 평가한 것처럼 '역사, 사회비평, 풍자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는 작품. 아서 클라크와 밀란 쿤데라를 우주에서 읽는 듯하다.'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라는 건 몇 장을 읽기도 전에 느낄 수 있었다. 프라하를 사랑하는 주인공은 카렐대학교 천체물리학과의 종신 교수이자 우수한 우주 먼지 연구자로 '초프라의 수수께끼'를 풀 적임자로 선정되었다. 우주국으로부터 우주비행을 훈련받고 기본적인 항공우주공학과 무중력 상태에서 멀미 참는 법을 배운 뒤 우주 비행을 떠나게 된 뒤로 일어난 에피소드부터 이 책을 읽는 묘미에 빠져들었다.

갑자기 등장한 우주 괴물이 말을 걸어와도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 샘플 채취를 위해 당연하다듯 다가가 털을 뽑으려고 하고, 별 일 아니라는듯 대화까지 나눈다. 우주라는 고립된 망망대해 속에서 홀로 탐사를 위해 떠나는 야쿠프는 아내인 렌카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기억 속에서 다시 불러내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자신의 조국 체코의 명예와 공산주의자인 아버지로 인해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던 가족을 위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탐사에 동의한 야쿠프의 선택은 어떤 결말을 가져오게 될까? '보헤미아 우주인'을 읽으면 미지의 세계인 우주 탐사에 대한 묘사보다도 많은 비중을 할애하는 것이 자신과 조국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체코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혁명을 외치며 세상을 바꿔 나가려 했던 일과 단지 공산당 소속 비밀경찰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으며 평생 그를 괴롭혀야 했던 일에서 벗어나기 위해 홀로 우주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야쿠프. 만일 우주라는 공간에 홀로 떨어져 한 시간이 지날 떄마다 아내로부터 3만 킬로미터씩 멀어져가는 감정을 느끼며 탐사를 해야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거대한 우주에서 오로지 삶과 죽음만이 존재하는 공간 속에서 우리가 이 지구를 무엇으로 채우며 살아가야 하는지 성찰하게 하는 질문으로 가득한 문장 때문에 조금 더 특별한 소설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내 존재의 이유를 되물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