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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책 리뷰] 라일락 걸스 1, 2 - 마샬 홀 켈리




라일락 걸스는 소설이라는 장르의 진정한 재미가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었던 책이다. 2권을 나뉜 방대한 분량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인 1939년 9월부터 1959년까지 소설의 중심축인 캐롤라인, 카샤, 헤르타의 시각을 통해서 펼쳐진다. 캐롤라인은 미국 뉴욕 프랑스 영사관에서 프랑스 가족 기금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고, 카샤는 폴란드 루블린에서 가족과 평화롭게 보내다 1939년 9월 1일 독일이 폴란드로 침공한 뒤로 상황은 완전히 달라져 버린다. 헤르타는 독일 서부 뒤셀도르프에 사는 독일 혈통의 가족에서 태어났고 대담한 성격을 지닌 의사다. 그녀의 아버지는 공공연히 히틀러의 정책에 반감을 드러냈고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유대인 의사에게 진찰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나라의 인물을 중심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으로 인한 한순간 인간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가에 대해 생생히 보여준다.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 못지 않게 빠르고 극적인 전개다.


특히 독일 혈통으로 폴란드에서 살며 전쟁으로 인한 고통을 뼈저리게 겪는 카샤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처절해서 마음이 아플 정도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세 여인은 실제 인물이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면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반나치 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독일 나치군은 카샤의 어머니와 언니와 함께 라벤스브뤼크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는데 기차에 내려 여자 경비원들에 의해 들어갈 때까지 끔찍하고 처참한 광경을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헤르타는 상황이 어려워지자 돈을 벌기 위해 라벤스브뤼크 수용소 의사로 들어가게 된다. 그 속에서 나치가 자행하고 있는 반인륜적 인체 실험을 담당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들보다 조금 나은 상황에 있는 캐롤라인은 자선 행사를 주관하며 전쟁 고아와 피해 여성들을 위해 헌신하며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회복하는 운동을 전개한다.


1권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막바지로 치닫는 시기를 다뤘다면, 2권은 제2차 세계대전이 독일의 패전으로 끝난 이후로부터 1959년까지에 대해 쓰고 있다. 이 소설의 매력은 전쟁을 각자의 상황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이다. 캐롤라인은 프랑스 영사관에서 일하기 때문에 중립적인 입장에 있고, 카샤는 독일계 폴란드인으로 전쟁 피해자로 라벤스브뤼크 수용소에 끌려갔고, 헤르타는 전쟁 침략국인 독일 태생으로 의사로서 라벤스브뤼크 수용소에서 인체 실험을 담당하게 된다. 전쟁의 비극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었고, 무엇보다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한 입장에서 읽다보니 읽으면서도 독자 스스로도 생각할 여지를 던져주고 있었다. 우리도 카샤처럼 일제강점기를 지나야 했고, 전쟁이 남긴 상처와 갈등을 현재진행형으로 겪고 있다. 2017~2018 <뉴욕타임스>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 답게 한 번 빠져들면 이야기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흡입력을 가진 소설이다. 이 소설을 기반으로 영화가 제작되어도 좋겠다.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그렇지만 나는 한 면만을 생각했던 거야. 아버지는 라일락이 거친 겨울을 지낸 후에만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사랑하셨어."



라일락 걸스 1~2 세트
국내도서
저자 : 마샤 홀 켈리(Martha Hall Kelly) / 진선미역
출판 : 걷는사람 20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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