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을 두고 멍청이 상자라고 한다. 아무 생각없이 텔레비전에 나온 내용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이유로 그렇게 불리고 있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특수한 우리 환경은 어디서든 인터넷과 접속할 수 있으며, 주변은 스마트 기기와 컴퓨터로 둘러쌓여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한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게임을 하거나 DMB 시청을 하고 인터넷 검색을 즐긴다. 이용시간만을 놓고 보면 잠자고 밥먹고 일하는 시간을 빼놓고는 한시도 떨어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유리감옥>이라는 책을 통해 인터넷으로 인해 사람들이 예전만큼 생각을 깊게 하지 않는다고 경종을 울린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인간의 기능을 대체하고 있는 컴퓨터와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는 각종 디바이스 기기들은 니콜라스 카가 경고한 것처럼 인간의 집중력을 약화시키고 깊은 사색과 지능을 떨어뜨렸을까? 클라이브 톰슨은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책을 읽는 내내 클라이브 톰슨의 주장이 현실적이며, 타당한 면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존에 갖고 있었던 생각과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었다. 단지 우리는 컴퓨터의 기능을 제대로 이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보조기억장치는 우리가 일을 하기 위해 잠시 동안 기억을 저장시키는 장치다. 매순간 우리가 모든 것을 기억해낼 수는 없다. 그래서 메모지에 중요내용을 기록해놓곤 하는데 얼마든지 종이에 남길 수도 있지만 거리간 이동하면서 내 스마트기기에 저장해두면 요즘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대세인만큼 어느 디바이스에서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윈도우즈와 애플이 하나의 OS로 통합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인 것이다. 인간의 집중력과 생각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더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기존에는 구현해내지 못한 많은 영역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생각은 죽지 않는다>를 역작에 가까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정보와 기기간 융합은 기존에 가졌던 생각의 틀을 한차원 높여주고, 인간이 실수를 저지를 확률을 줄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게리 카스파로프와 딥 블루의 체스 대결은 인간과 컴퓨터가 벌인 대결이라 더욱 관심을 모았었다. 인간보다 비교할 수 없을만큼 엄청난 수를 계산해놓고 즉각 답을 내려놓을 수 있는 슈퍼 컴퓨터를 인간이 이길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는데 이 대결에서 진 카스파로프는 이후 인간과 컴퓨터가 한 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켄타우로스를 생각해낸다. 인간에만 있는 직관과 많은 경우의 수를 분석해내는 컴퓨터가 한 팀을 이루게 되면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거라는 기대에서였다. 이 대목이 주는 시사점은 인간이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일에 컴퓨터의 기능을 잘 이용하면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결과물도 만족스러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늘 생각한다. 생각이 멈출 수도 없고, 집중력이 흐려지거나 지능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도 없다. 점점 더 영역을 확장하는 컴퓨터, 게임시스템의 도입, 모두와 연결된 사회 등 앞으로의 미래는 인간이 컴퓨터를 제대로 이용할 때 유용할 듯 싶다. 스마트폰으로 단순한 게임을 하는 데만 활용한다거나 아직 지식체계가 미숙한 어린이들에겐 어느 정도 절제하는 방법들이 추후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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