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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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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종의 표징와 고급스런 양장본의 감성적인 그림까지 수록된 시집(詩集)이다. 시를 읽으면서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 순수했던 시절의 감성이 느껴졌다. 때를 많이 탄 탓일까? 입 안에서 맴도는 싯구가 잘 잡히지 않는다.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시를 분석하면서 은유니 영탄법이니 난도질하며 파헤칠 떄보다 시에 담긴 깊은 까닭을 깨우치기까지가 그토록 힘든 일일까? 요즘 시대에도 시는 어떤 의미와 지위를 가지고 있을까? 시를 통해 함축적인 언어의 묘미를 알게 되었고, 단어수집가처럼 좋은 뜻을 지닌 단어를 모이기에 여념이 없었을 때는 풍부하게 구사했던 언어들이 파편화된 요즘은 시가 어렵다기 보다는 가벼운 시들로 인해 음율이 실리지 못한 느낌이 든다. 빠르게 읽다보니 시에 담긴 감동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다.


영원한 소재이기도 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나와 사랑의 대상인 너에 관한 이야기들은 시를 짓게 한 모태가 된다. 내가 누군가에게 마음을 두기 시작하면서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일들을 시로 승화시키는 작업이 곧 작품을 만들어낸다. 삶의 여유를 잃고 자본에 집착한 사회에서는 순수문학이나 인문학이 몸을 은신할 기회가 줄어든다. 일단 돈을 벌어야하기 때문에 당장 살아가는 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시와는 멀어져버렸다. 시야말로 입술로 고백하는 진실된 마음이 담긴 목소리며, 오랜 세월이 지나도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학이다. 최근 만나게 되는 시들도 다시 그때와 같은 감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듯 싶다.


삶이란 질곡에 때묻을데로 묻은 내 영혼은 시인이 노래하는 순수하고 순진한 사랑 고백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읽고 소비하고 또 읽는 수밖에 없었다. 시를 읽는 속도가 빨라지면 질수록 그 속도감에 시는 한 줄의 문장으로 읽힌다. 한 소녀가 검정치마 저고리를 하고 한 손에는 꽃 한송이를 든 채 눈을 감고 메밀꽃 들판을 걸어가고 있다. 소년과 소녀가 처음으로 느끼는 그 감정엔 어떤 계산도 들어있지 않다. 사람을 만나고 꽁꽁 숨겨둔 마음을 전한다는 것은 아련한 떨림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이다. 누군가 문득 떠오를 때 난 깊은 회상에 젖는다. 그 순간이 지나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순간을 또 지나가며 되풀이되는 삶을 살아간다.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

저자
김준 지음
출판사
글길나루 | 2015-05-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누군가 문득 떠오를 때… 그리움이 사무칠 때 『내 하루는 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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