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 사이 부쩍 제주와 관련된 책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그래서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제주에서 보내는 삶을 꿈꾸며. <건축학개론>에서 나오는 집이 눈 앞에 아른거리고 하고 멋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거나 밭을 일구며 행복한 하루를 그려본다. 지칠대로 지친 마음을 달래주며 에메랄드빛 바다와 높고 낮은 오름은 마치 손에 닿을 것 같다. 제주는 내겐 아직도 환상의 섬이다. 하지만 내가 그린 제주의 모습은 잠시 머물다 갈 관광지로서의 제주였던 것 같다. 실제 제주에 살면서 부딪힐 생활의 불편함은 제대로 모른 채로 말이다. 제주에서 살기로 작정하거나 계획 중인 사람이라면 이 책은 현실적인 생활을 다루고 있다. 제주에서 2년만 살아보자며 무작정 사표를 내고 내려간 부부의 일상이라 만일 내가 내려간다면 이런저런 문제에 부딪히겠거니 예상할 수 있었다.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다니던 저자는 자신만의 삶이 없는 매일같은 야근에 지쳐버렸다. 회사에 종속된 생활과 앞으로의 미래가 숨막혔던 듯 싶다. 그래서 아내를 겨우 설득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주로 내려와 딱 2년만 살기로 작정하고 내려간다.
책을 읽다보니 생각 외로 비용이 꽤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저자가 땅 부자도 아닌데 어디서 돈이 나지는 않을테고. 정직한 부동산 중계인에게 소개받은 집에 든 비용보다 집 수리와 개조할 쓴 공사비, 인테리어비를 보니 자신이 가진 돈은 모두 올인한 것 같은데 일단 내려가서 먹고 살아야하니 게스트하우스를 열기로 한 것인데 2년만 산다면 돈은 돈대로 쓰고 올라와야 하는 게 아닌가. 평소 사람과 거리감을 두는 편이라는 저자도 게스트하우스를 하다보니 마냥 까칠할 수는 없다고 하는데 그래도 기본적인 예의나 생활규범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난다고 한다. 비록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갑과 을로 관계가 형성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기본적인 것은 지켰으면 좋겠다고 한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제주도민들의 생활패턴을 이해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과정들이다. 실제로 제주도에 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기에. 그 분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외지에 온 사람들은 그들이 당연하게 생각해온 것과 다를 수 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온통 이해하지 못할 것 투성이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제주에서의 삶이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제주 귀농, 제주 귀촌 심지어 제주 부동산 투자까지 단지 낭만과 꿈에 젖어서 정할 일은 아니다. 적어도 몇 달은 생활하면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편리한 도시에서의 생활을 벗어나 막상 섬에서 생활한다는 게 적응하면 다 된다지만 그래도 이전에는 느끼지 못할 마음의 평온과 조금 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 것 같다. 솔직한 제주에서의 생활담이었고,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보겠다고 하는데 다들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아야하지 않겠나.
'· 서평(Since 2013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나는 호텔분양 투자로 평생 월세를 받는다 : 25살 내가 명동호텔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비결 (0) | 2015.06.28 |
---|---|
[서평] 페스트 (열린책들 세계문학 229) (0) | 2015.06.25 |
[서평] 흔들리지 않는 육아 : 이 시대 부모와 아이를 이어주는 따뜻한 소통의 본질 (0) | 2015.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