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하다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한국 경제의 태생부터 어긋나기 시작해서 지금의 재벌을 키웠는데 그 결과는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졌다. 청년 실업률은 떨어질 줄을 모른다. 학력 수준은 그 어떤 시대보다 높아졌는데 그들의 일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스펙이 아무리 많아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고 경쟁률이 높아서 이들이 취업할 시기가 늦어진다. 경제력을 쌓을 기간도 부족하고 대학을 다니면서 받은 대출금을 갚기에도 빠듯하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결혼하지 않거나 출산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경력단절된 여성과 노령 인구의 일자리가 대두되고 있다. 지출되는 돈이 많아지고 노후를 보장받을 수 없으니 생기는 현상이다. 어떻게든 가계에 보탬이 되어야 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해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일자리 부족 현상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이 방대한 책은 한국 경제 생태계에 드러난 문제점을 고찰하고 여러 전문가들이 각 분야별로 생태계를 자세히 알아보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저인 NEAR 재단은 동북아시아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순수 민간 Think Tank인데 한마디로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단체다. 이 책에 제시된 통계 도표들을 보면 사실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다. 모든 지표들이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세계 역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도성장을 이뤘지만 그 성장의 암울한 이면에는 심각한 양극화 현상과 높은 실업률,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 비혼자들이 급증하는 것을 보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를 정도다. 물론 이를 초래한 부정부패, 부실 금융, 비윤리적인 기업의 분식 회계 비리 등 낙수 효과는 애초에 기대할 수 없고 병리 현상은 전체 생태계에 만연되어 있어 보인다.
각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분석과 우리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어디서부터 파생되어 왔는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은 우리 경제에 대해 생각할 것들을 제공해주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 생태계의 상태를 보면 구성 요소들의 건강 상태와 상호 연계성이 악회되었다. 다양성과 역동성, 유연성을 잃어가고 있다. 대외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우리는 직면해 있다. 기득권 층에 잠식되어 버린 한국의 경제 생태계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할 시기에도 국제 무대에서 설 자리를 빠르게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워낙 재벌 중심의 기득권과 권력을 가진 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단절과 폐쇄성, 경직성, 비탄력성, 비혁신성 등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야 하는 경직된 문화가 초래한 악영향은 크다. 이 책에서 해법은 제시해주지 못하지만 문제점 도출과정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종합적으로 모색해봤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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