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들 네 가족이 정착한 휘게리 홍천 하우스의 경관을 보고 부러웠던 마음을 숨길 수 없다. 그 넓은 부지에 근사한 네 채의 집을 짓고 주변에는 네 아빠가 손수 만든 자연 놀이터와 200평의 텃밭을 가꾸는 모습은 누구나 바라던 이상적인 귀촌이다. 서로 의지하며 그들만의 공간을 구축했다. 이 책은 주로 자연 놀이터 제작기 위주로 서술되어 있지만 사진을 보고 궁금했던 건 휘게리 홍천 하우스 였다. 3층 구조로 된 집으로 천장은 높고 갤러리나 레스토랑처럼 은은한 분위기가 멋졌다. 게다가 작은 풀장도 있어서 여름에는 실컷 물놀이도 할 수 있다. 놀이터 제작으로 한정해서 쓰지 않았다면 훨씬 더 많은 얘기들을 들려줄 수 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네 아빠가 각자의 시선으로 놀이터 만드는 과정을 쓰다보니 솔직히 말하면 일기장에 적어 쓴 감상문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휘게리 홍천 하우스가 완공된 시점으로 봐도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책을 완성짓기까지 좀 짧아 보인다.
물론 이들이 한 마음으로 뭉쳐 주말과 공휴일을 반납하며 놀이터를 만드는 과정은 순수했다. 네 아빠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서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애쓴 흔적들은 이 책에 고스란히 적혀있다.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땀 흘려가면서도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과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텃밭에 모종을 심어 일 년 내내 먹을거리를 수확할 공간을 개척하는 이들을 보며 공동체의 좋은 예라고 생각했다. 귀촌을 하더라도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라면 서로가 서로를 보듬을 수 있겠다 싶었고 더 나아가서 주변 이웃들과 어우러져 살면 좋을거라 생각한다. 각박한 도시에서의 삶은 사람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시간을 허투루 쓰면 안되고 빠르고 알차게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시골에서라면 시간을 자연에 맡기면 된다. 자연이 흐르는대로 사는 것이 얼마나 건강한 삶인지 나는 매일 그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좋은 의도에서 이 책을 펴 냈지만 정작 궁금한 건 실려있지 않았다. 휘게리 홍천 하우스와 놀이터의 전체 부지와 작업 소요기간, 토지 구입 및 공사비 등인데 규모를 보면 적잖은 돈이 들어갔을 텐데 그 정보가 궁금했다. 배트민턴을 취미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이들이 운동을 마치고 얘기하다가 자연스레 아이들과 놀아주고 싶어도 마땅히 할 게 없다며 렌트 하우스 개념으로 홍천에 집을 지을 계획을 하며 각자의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자연 놀이터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처음에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막막했지만 하나씩 완성해가면서 가슴이 뛰는 경험을 한다. 아빠를 따라 온 아이들도 물과 흙, 삽만 있어도 서로 웃으면서 잘 노는 걸 보며 보람을 느낀다. 각자가 가진 재능으로 태성 아빠는 프로젝트 총괄감독, 상규 아빠는 집짓기 공사 총괄 및 자연 놀이터 진행, 성근 아빠는 행동대장 및 지원 역할, 수진 아빠는 농사 총괄 및 밥 담당으로 좌충우돌 하며 놀이터를 제작한다는 얘기다. 편집을 더 알차게 했다면 더 많은 사진을 넣고 지문으로 이해를 더 도울 수 있을 듯 싶다. 이와 비슷한 류의 책이 많아서 완성도 면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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