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과로사, 과로자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크런치모드, 디졸브, 깔때기 현상, 따당, 겸배, 태움' 등의 은어와 '실적이 곧 인격, 일주일에 두 번 출근, 공짜 야근, 무제한 이용권, 합법 노비' 등 자조적인 표현까지 우리 기업에 만연한 과로체제는 폭력적이고 얼마나 모욕적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과로사에 대한 기업의 반응으로 죽음과 업무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는 논리를 펴면서 단지 개인적인 사유에 의한 것으로 몰아간다. 과로사에 대한 입증 책임을 유가족에게 돌리면서 해당 기업은 업무 연관성을 알 수 있는 출퇴근 일지 등의 정보 접근을 차단하는 불공평함이 여전하다. 좋은 기억으로 남는 회사가 별로 없어서 유감이지만 전형적인 회사의 전형이라 생각하면 어딜가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최근 법 개정으로 근로시간 단축안이 통과되면서 법정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대폭 단축되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주당 40시간 + 12시간(주말 연장근로)이 주요 골자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돌연사를 하거나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뉴스에서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을만큼 곪아있다. 강도 높은 노동 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은 수면 부족과 체력 저하를 가져오고 우울증을 심하게 겪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기업들의 행태를 보면 노동자는 필요할 때 쓰는 소모품이다. 2~3명이 해야할 일감 몰아주기, 감내 매커니즘, 자기계발 등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문제 생길 경우 기업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 같은 동료조차 과로사회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늦게까지 일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근본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폐기하고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해나가야 초과노동에 대한 비용을 높이고, 기업은 시간 단축을 선호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저자는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회사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대부분 공감할 수 있었고 숨막힐 듯 답답했다. 회사생활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모욕적인 언사가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남들도 다한다는 말로 무시할 뿐이다. 손목터널증후군, 번아웃, 거북목증후군, 우울증, 고혈압, 스트레스 등은 회사생활로 인해 겪어야 했던 직업병이었다. 장시간 노동이 과연 당연한 것일까? 저자의 통계나 인터뷰이를 통해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소리없는 살인과도 같다. 얼마나 근로환경이 열악하고 근로자들을 힘들게 만드는 지 재확인 시켜줄 뿐이다. 어차피 답정너처럼 정해진 야근이니 집중해서 일할 의욕이 생기지도 않고 정시 퇴근을 하려고 하면 눈칫밥을 주는 문화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여러가지 일을 보면 확실히 회사는 직원을 끝까지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제대로 휴식을 취하게 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앞으로 장시간 노동이 근절되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일감 몰아주기로 노동력을 쥐어짜기 보다 인력 충원을 하는 것도 옮다. 자본의 논리로 인건비 상승은 걱정하면서 노동자의 건강과 일 부담을 덜어내려고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은가? 일은 곧 밥벌이이기 때문에 자본의 노예로 저당잡힌 채 부당한 현실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평균적으로 봐도 한국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이 일을 한다. 장시간 근로로 인해 부모는 가정에 충실하기 힘들어졌다. 저출산과 1인 가구의 증가와도 무관하지 않다. 기업의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져야 한다. 야근으로 인한 장시간 근로의 반복은 필요악이 아니라 가정을 파탄시키고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일이다. 이 책을 대표, 임원, 사원 모두 읽기를 바라며 점차 근로환경이 개선해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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