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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은수의 레퀴엠 : 나카야마 시치리 장편소설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죄도 벌도 그에 걸맞은 사람에게 걸맞은 형태로 주어져야 해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오가사와라 부인이 미코시바의 손을 꼭 잡으며 한 말이다. 우리 법정에서도 과연 그에 걸맞은 형태로 형량을 주고 있는지 묻고 싶다. 사회 구성원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판결을 볼 때마다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았다.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인 <은수의 레퀴엠>도 그 부분을 묻고 있다. 과연 법은 공정하게 죄와 벌을 집행하고 있는가? 사건의 발달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으로 향하던 한국 국적의 블루오션호가 전복사고로 가라앉는 급박한 상황이다. 시급을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 남자 승객은 구명 조끼를 입은 여자 승객을 발견한다. 자신이 살기 위해 스스로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폭행 후 구명 조끼를 빼앗아 살아남지만 여자 승객은 사망에 이르고 말았다. 사망자 251명, 실종자 57명을 기록한 대형 참사로 떠들석했던 이번 사건에서 CCTV로 밝혀진 남자 승객의 행동이 재판을 받게 된다. 결국 '긴급 피난'에 따른 행위로 인정되어 무죄 판결을 받는데 이게 과연 옳은걸까?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죄를 지었음에도 벌을 받지 않았다.

미코시바는 '시체 배달부'라는 별명을 가진 변호사인데 과거에 사람을 죽인 전적이 사회에 드러났다. 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고 의뢰인은 고류회라는 조직폭력단 정도에 한정되었다. 신문지 사회면에서 의료소년원 지도 교관이었던 이나미 다케오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 사건에 뛰어든 것이다. 올해 3월, '백락원' 요양 병원에 입원했던 그가 도치노 마모루와 식당에서 말다툼을 하다 꽃병을 가격해 사망하게 된다. 미코시바가 '백락원'의 실태를 파고들수록 이상한 점이 드러나고 폭행의 흔적을 사진으로 남기고 CCTV 하드디스크를 확보함으로써 그동안 보호사들이 학대하는 모습이 세상이 드러나고 만다. 또한 피해자의 도치노 마모루의 과거가 법정에서 밝혀지게 되는데. 이나미 다케오는 처음부터 속죄하는 마음으로 모든 죄를 인정하고 벌을 달게 받겠다고 한다. 10년 전 구명조끼를 강제로 빼앗아 살아남은 도치노 마모루가 '백락원' 보호사로 있으면서 입소자들을 지속적으로 학대했다. 그가 한 행위에 대해서 법은 죄를 묻지 않았다. 그렇다면 입소자들이 아무런 이유없이 학대받는 모습을 본 이나미 다케오가 도치노 마모루를 죽인 것은 정당한 것일까?

법은 균형잡힌 시선으로 공정하게 죄를 묻을 수 있을까? 현실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난다. 가해자에게 죄의 형량을 그 무게만큼 지우지 않는다면 누가 법을 무서워 할까? 사회적으로 공분을 산 많은 사건들은 제대로 처벌이 이뤄졌을까? 독자들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지게 하는 책이다. 앞으로 나카야마 시치리의 다음 작품을 주목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깊이 빠져들었다. 자신을 순교자로, 속죄의 의미로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희생한 이나미 다케오의 행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