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는 탈무드가 유행했고 최근에는 하브루타가 알려지며 시중에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대인의 파르데스 공부법>은 하브루타와 함께 한 축을 이룬 파르데스 공부법을 소개해주고 있는 책이다. 파르데스의 핵심은 4단계 접근법을 뜻하는 용어로 1차원 페샤트, 2차원 레메즈, 3차원 데라쉬, 4차원 소드에 따른 공부법은 수천 년간 내려온 가장 오래된 유대인의 공부법이다. 유대인은 토라(모세오경)와 탈무드를 파르데스 방식으로 읽으며 자손 대대로 전수해온 공부법으로 알려져 있다. 유대인 공동체가 갖은 핍박과 수천 년간 나라 없는 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가정 내에서 토라와 탈무드를 가르치며 공부를 최우선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내용과 지식을 많이 아는 것보다 본질에 접근하는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핵심을 파악하기 때문에 우리의 공부와 확연히 다르다고 느꼈다.
책 초반에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지난 수 십 년간 입시 위주의 공부가 지닌 태생적 문제는 현재 많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말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질문이 사라진 주입식 강의와 공부한 내용을 맞추는 기본 틀에서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어렵다. 일단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양이 너무 많고 그대로 암기해서 정답을 맞혀야 하기 때문인데 더욱 큰 문제는 졸업 후에는 현장에서 용도 폐기될 지식이라는 점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선행적으로 길러줘야 하는데 오직 시험 점수와 수능 입시에 초점을 둔 교육 현실에서는 단기적인 목표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중요한 시기에 평생 갈 수 있는 공부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수능에 전 국민 목매달고 있는데 공부량에 비하면 비효율적이고 막상 세상 밖에서는 무 쓸모인 경우가 많아서다.
파르데스 공부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우선 부모부터 배워야 한다. 대가족을 이룬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회성과 인성이 길러지는데 반해 요즘처럼 아이 한두 명을 둔 가정에서는 부모가 모든 역할을 도맡아 해줘야 한다. 파르데스 공부법은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을 기르는 학습법이다. '한국형 파르데스 공부법'를 공부하는 전체 프로세스가 되는 <예즈덤공부 시스템>은 총 7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 이야기, 2단계 질문, 3단계 토론, 4단계 대화, 5단계 발표, 6단계 행함, 7단계 가르침이다. 이 방법의 핵심은 서로 질문과 토론을 통해 대화를 하면서 이해한 내용을 발표하고 실제 행하는 과정을 통해 몸으로 익힌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다 보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단지 책 내용을 달달 외우고 암기한 뒤 시험에서 맞추는 패턴은 죽은 지식이나 다름없다. <예즈덤공부 시스템>을 살펴보면 주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단계로 이루어져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공부 근력을 키워준다는 데 있다.
예전부터 학교 교육 방식의 문제점을 통감하고 있었다. 수능 점수에 모든 인생을 건 듯한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그 어떤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질문과 토론, 대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서로가 알고 있는 내용을 가르치다 보면 얻어지는 것들이 훨씬 더 많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교육의 핵심을 놓치고 있는 모순 앞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오늘도 학생들은 족집게 강의를 듣기 위해 늦은 밤까지 학원에서 연장 공부를 한다. 공부라는 것이 새로운 것을 깨닫고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키우기 위함인데 <유대인의 파르데스 공부법>이 하브루타와 함께 실제 교육에서 활용된다면 더 나은 교육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학교가 아니라면 가정에서부터 응용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