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그대로 저자가 <죽지 않고 살아내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특히 존재가 부정 받는 기분이 서럽다고 말한 것처럼 그녀의 어린 시절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어릴 때 어머니는 친아버지와 이혼하며 양육권 소송에 휩싸였고 재혼으로 자녀를 둔 새아버지를 맞이했을 때도 마음이 편히 두지 못했다. 새아버지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고통스러운 나날은 이어진다. 삶의 끝을 갈망했을 때 오로지 매달릴 것은 공부밖에 없었다. 공부를 하는 순간에는 삶의 모든 괴로움이 잊힐 거라 생각해 생존을 위한 공부 중독에 빠져 생활한다. 그녀의 첫 사회생활도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자신의 상사인 L선생도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저자는 스스로의 실수를 책망하며 자책하는 상황에 빠진다. 아무도 주위에서 자세히 알려주지도 않고 실수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의 성장 배경을 안 상태에서 들으니 사회적인 고립감을 느끼며 공황장애에 빠진 것이 이해되었다. 사회로부터 존재 자체를 부정 받는 기분은 극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 된다. 예전에 순간적으로 우울감과 열패감에 휩싸여서 제대로 돌아다니기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자신감은 계속 떨어지고 마주치는 사람들 눈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 힘겨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습작 시를 지으면서였다. 세상에 내 속마음을 전하는 일종의 탈출구였던 셈이다. 저자는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차츰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다. 입원하여 보호 병동에 지내면서도 주위 환우들을 살펴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간다. 지금까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왔지만 틀렸다는 것을 인정한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 가치가 있다.
공부를 잘하지 않아도.
얼굴이 예쁘지 않아도.
착한 일을 하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있는 그대로 사랑받아 마땅하다.
이 생각은 홍 교수가 저자에게 한 말처럼 자신을 긍정하는 힘을 준다. "날 이해해주려고 노력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해." 무엇을 할 때마다 주변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살기 보다 내가 느끼는 감정에 집중하며 누구보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실수해도 실패해도 괜찮다며 다독이며 위로해줄 수 있는 건 자신이 먼저여야 한다. 그 어떤 모습이든 우리는 살아있어 하나하나 소중한 존재들이다. 아프면 아픈 대로 받아들이고 감기처럼 지나갈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 조금 편할 것이다. 자살자들의 소식을 매번 들을 때마다 마음 편치 못하다. 왜 그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삶을 마감해야 했을까?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다. 내가 우선이다. 내가 아프면 내가 먼저이다."라는 저자의 말대로 삶을 이대로 포기하기엔 억울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