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밴드 수술을 받다 의료사고로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난 지도 벌써 5년이 흘렀다. 그가 만든 음악을 듣고 자란 내겐 그 당시 소식이 믿기지 않아 오보인 줄 알았다. 처음 그를 알게 되었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88올림픽의 감흥이 채 식지 않았던 1988년 12월 24일 16번째 이자 마지막 참가자였던 무한궤도가 무대 위로 올랐다. 마치 피날레 무대를 장식하듯 잠실 실내체육관은 화려한 조명에 맞는 빠른 비트의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신해철의 무르익지 않은 보컬과 어색한 포즈보다 노래가 너무나도 좋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후로 무한궤도, 신해철 솔로, N.EX.T로 활동하며 수많은 명곡들로 내 학창시절과 방황하던 시기를 함께 했었다.
<아, 신해철>은 생전에 그가 가장 신뢰했던 전문 인터뷰어인 지승호 씨가 우리가 기억하고 추억하는 신해철에 대한 소회를 담은 책이다. 평소 신해철이라는 인물을 조명하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도 함께 실었다. 시대를 대표하는 가수이자 <100분 토론> 패널로 다섯 차례나 나가 소신껏 독설도 마다하지 않고 논리정연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면 비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 같은 때에 그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언론에 대한 경계와 냉소로 녹음기 지참을 요구했는데 이를테면 인터뷰 한 내용을 오해하게 만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뽑는 기자들에게 실망감이 컸다. 이 부분은 지금까지 고쳐지지 않은 병폐가 아닌가?
<아, 신해철>을 읽어가는 동안 그가 부른 노래와 날카롭지만 본질을 관통하는 말들이 더욱 그리워졌다. 아직 더 만들어낼 음악과 할 이야기들이 많을 텐데 아쉬움은 크게 남는다. 그의 가사에 담긴 삶에 대한 철학은 오래도록 내 플레이리스트를 차지하며 외로움을 달래주었다. 비록 영원히 하늘의 별이 되었어도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오래도록 음악을 들으며 그를 기억해낼 것이다. 신해철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2002년 노무현 당선 직전 그리고 직후에 가진 인터뷰는 같은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공감대와 함께 생각의 올곧음이 얼마나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모두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들이 기억하고 있는 신해철을 추억하게 될 듯 싶다.
|
'· 서평(Since 2013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리뷰] 친절한 성경책 1-2 : 성경을 읽다가 덮어 버린 사람들을 위한 (0) | 2019.11.12 |
---|---|
[책 리뷰] 내레이션 최강 영화 유튜버 고몽의 유튜브 이야기 : 고몽의 유튜브 성공 공식!|나만의 채널을 만들어 구독자를 늘려라! (0) | 2019.10.29 |
[책 리뷰] 공정하지 않다 : 90년대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 (1) | 2019.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