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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

 

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

 

저자는 22년간 창원시청에 근무하는 동안 틈틈이 30여 개국 100여 개 도시를 다니며 여행을 했다. 그것도 홀로 여행을 떠났다. 낯선 이국 땅을 밟을 때의 설렘은 이제 무뎌질 법도 한데 늘 여행은 새롭게 다가온다. 이 낯선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 이후의 내 일상은 얼마나 바뀌어있을까? 비록 달라질 것이 없더라도 여행의 기억은 내 삶을 더 가치있게 만들어준다. 저자처럼 종종 혼자 여행을 다니는 편이다. 함께 있을 때 심리적 안정감도 좋지만 자유롭게 마음껏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좋아서 이제는 익숙하기만 하다. 제아무리 삶이 고단하고 힘들다고 하지만 일상을 잠시 벗어나 여행을 다녀온 것만으로 우리는 다시 일상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한다.

여행이 주는 새로움과 여러 기억들은 비록 변하는 일들이 많지 않아도 그때 일을 떠올리면 마치 어제 일처럼 다시 또 그리워진다. 이렇게 여행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단지 그곳을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도 한없이 부러워서 어디서 무얼 했을까 상상하게 된다. 마치 단편 에세이처럼 각각의 조각들을 metaphora로 구분 짓는 이유는 뭘까? metaphora는 다름 아닌 은유라는 뜻의 라틴어로 이를 메타포라고 부른다. 모두 저자가 직접 겪은 일들인데 무엇을 다시 은유했다는 것일까? 매 순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려 했고 여행을 하면서 깨닫는 바를 담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다 사람 사는 풍경일 테지만 이방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시인처럼 삶에서 은유를 찾기 위해 여행을 다녔을 테고 여행의 허와 실을 알아가는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사진으로는 보는 것과 달리 여행의 모든 순간들이 반드시 아름답지만은 않고 오히려 상당 부분 불편함과 낯선 순간을 감내해야만 했을 것이다. 사진에 멈춰버린 순간들이 전부는 아닌 것이다. 단지 스쳐가는 여행에 담긴 조각인 것이다. 다만 여행하는 순간 동안은 켜켜이 쌓인 일상 속의 나를 잠시 내려놓고 순수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즐거울 수 있다. 어쩌면 답을 찾기 위해 떠났다기 보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느라 깜빡 잊고 있었던 자신을 챙겨 다시 미래로 이끌어나갈 힘을 얻기 위해 애먼 곳을 돌아다녔던 것은 아닐까? 그게 바로 여행의 묘미인지도 모르겠다. 설령 아름답다는 거짓말에 속았다 셈치더라도 예측할 수 없는 앞날을 닮은 여행은 새롭기만 하다.

 

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
국내도서
저자 : 김윤성
출판 : 푸른향기 20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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