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알쓸신잡>, <잡학사전>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깊이 있게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넓고 얕은 지식을 뽐내기 좋도록 구성되었다. 일단 소재마다 분량이 짧아서 읽기도 쉽고 흥미를 가지기에도 좋다. 지금 우리들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의 처음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할 때가 있는데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의식주에 걸쳐 인류가 만들어낸 처음은 무엇이었는지 방대한 두께지만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감사하게도 우리들이 누리는 편리함 들은 시행착오와 연구개발, 계량을 거쳐서 완성된 것들이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되었다가 관습 또는 관례로 굳혀진 사례도 종종 밝혀낸다.
의례 당연하게 생각하며 입어왔던 옷들도 그 당시에 문화에는 맞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없어진 사례도 있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면서 모르던 사실들이 정말 많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지만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한 예로 농작물의 씨앗이 다른 대륙 또는 국가로 전파되기까지 수천 년의 시간이 걸렸다거나 실크로드나 대항해시대 이후에나 알려졌던 것이다. 영화 관람을 하러 가면 매표소 근처에 팝콘을 판다. 놀라온 건 옥수수 튀기는 기술이 무려 5천 년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이미 인디언들은 스위트 콘, 필드 콘, 인디언 콘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었는데 1880년에 가정용과 업소용 팝콘 제조기가 등장하면서 팝콘이 대중화되었다.
하나의 사물이나 음식, 의복도 역사와 뿌리를 알고 나면 이전보다 훨씬 새롭게 다가온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가볍게 얘기 꺼내기도 좋고 이건 이렇게 해서 우리 생활 가까이 오게 되었다는 걸 알려주면 뿌듯할 것 같다. 앞으로 살아갈 시대도 과거 SF 소설이나 영화에 묘사되었던 대로 될 것인지 지금보다 어떻게 변해갈지 기대된다. 최초의 것들이 있었기에 필요에 의해 불편함을 개선해나갔고 제품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여나갈 수 있었다. 다음 세대들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굉장히 흥미롭게 빠져들며 읽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동경이나 호기심은 아는 것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널리 보는 지혜도 함께 배우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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