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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호구의 사회학 : 디자인으로 읽는 인문 이야기

 

호구의 사회학 : 디자인으로 읽는 인문 이야기

 

디자이너의 설움과 고충을 누가 알아주랴. 창작의 고통에 비해 제값을 받지 못하는 현실은 디자인계의 운명인가. 클라이언트에겐 간섭하기 손쉬운 분야인데다 디자인 시안을 두고 만족할 때까지 반복되는 수정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같은 디자이너로서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인지 공감하면서 읽었다. 디자인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인문학적으로 접근하였다. 글을 읽으면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서 읽을 맛이 난다고 해야 할까? 267페이지 그림은 비슷하게 겪어봐서 디자인 참 쉽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힘들다에서 그치지 않고 스트레스가 차오르는 것은 물론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오르내리곤 한다.

내부 컨펌, 클라이언트 컨펌, 진행, 마무리 등 해야 할 것, 생각할 것은 많은데 일은 연이어 줄을 서 있고 항상 창의적인 생각을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 앞에 디자이너는 위태로운 줄타기를 한다. '아무쪼록 오늘은 조용히 넘어가기를. 내 디자인에서 실수를 찾아내지 못하기를....'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기 전에는 상대방이 원하는 디자인을 맞추기가 머리를 쥐어짜서 만들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디자인은 늘 다수가 보면서 고칠 부분을 찾기 때문에 결과물을 완성하기까지 콘셉트를 생각할 마음의 여유도 없다. 이제는 내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어차피 상업적 디자인이니 갑이 원하는 대로 맞춰서 작업한다. 최종 결정권자가 마음에 들면 그만이라는 듯.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실무에서 디자인을 디자인해야 하는 디자이너가 전문가로 대우받는 시대가 언제쯤이면 올지 모르겠다. 아무리 잘 하려고 해도 할 때마다 새롭고 어렵게 느껴지는 건 디자이너조차 디자인의 답을 찾으면서 시간에 쫓겨 작업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들의 일상과 함께한 디자인은 어디서나 있었다. 현장에서는 디자인을 쉽게 생각한다. 편집디자이너, 웹디자이너 등 각자의 역할이 있음에도 다 할 줄 아는 걸로 생각한다. 그래서 "명함 정도는 금방 할 수 있잖아!"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말한다. 디자이너의 울분과 상처에 위로받고 싶다면 280페이지 '내가 공짜로 일하지 않는 이유 7가지"를 읽어보라.

 

호구의 사회학
국내도서
저자 : 석중휘
출판 : 도도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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