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읽어나갈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걸까?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소식을 들을 때면 가슴이 아프게 옥죄어 온다. 며칠 전만 해도 환하게 웃으며 대중들 앞에 서던 연예인과 정치인들의 극단적 선택은 그래서 마음을 힘들게 한다. 자살 충동과 우울감 그리고 절망적인 현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일반인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면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게 한다. 그렇게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보려 애써도 허무하게 마감해버린 현실 앞에 먹먹한 기운으로 보내야 했다.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데 그 마음을 다 이해할 수도 없고 충고를 늘어놓는다는 건 주제넘은 짓인 것 같다. 다만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회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일이 아무렇지 않고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이겨내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한다. 공동체가 파괴된 사회일수록 그들의 어려움을 도와줄 수 있는 연계 시스템이 우리 사회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개개인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극단적 상황으로 내모는 건 아닐까? 도저히 내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상황이 끝나지 않기 때문에 절벽 끝에 몰린 사람들은 심리적 압박감을 크게 느끼는 것이다.
제5장 파편에서 "뇌손상을 크게 입으면 살아 있고 싶지 않아요. 식물인간이 되기 싫어요"라는 쪽지를 남기고 10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빅토리아의 나이는 겨우 17살이었다. 그가 남긴 일기장을 통해 도피 단계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여준다. 1단계 역부족, 2단계 자신을 탓하기, 3단계 고도의 자기의식, 4단계 부정 정서, 5단계 인지의 붕괴, 6단계 탈억제로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 대한 부정 인식은 강해지고 결심하고 생각을 굳히기까지 아무도 그가 보내는 메시지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위에서 말한 각 단계들은 '자살사고의 6단계 셀프 체크리스트'이기도 한데 조금만 예민한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일어나는 심리적인 변화에 반응해서 사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자존감이 낮아지고 인지적 변화가 심해지고 있다면 잠시 모든 걸 멈추고 마음을 비워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이대로 삶을 멈추기에는 아직 해보지 못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예전에 한참 우울감에 빠져있을 때는 자신에게 침잠해서 우울한 노래만 찾아듣고 자신감이 떨어져서 살아야 할 의미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일과 운동에서 자신감을 찾은 뒤에는 앞으로 할 일들이 눈앞에 그려졌다. 이 책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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