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키우지 않지만 강아지와 함께 보낸 시간을 세어보니 20여 년쯤 된 듯하다. 푸들 종만 키웠고 밖에서 안 좋은 일로 기분이 가라앉다가도 늘 반겨주는 강아지와 함께 많이 웃던 기억이 어제 일 같다. 강아지 얼굴을 바라보면 절로 웃음이 났고 내 품 안으로 달려들 때면 서로의 체온으로 유대감은 날로 깊어져갔다. 하나의 가족이었고 가족을 연결 짓는 구심점이었다. 강아지 때문에 웃을 일이 많아 행복했고 외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해줬다. 물론 키우다 보면 대소변을 치우고 산책을 데리고 나가아야 하는 몇몇 번거로움이 있다. 주기적으로 동물 병원에서 주사도 맞고 밥과 물도 잘 챙겨줘야 한다. 하지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동물은 한결같이 주인을 바라보고 좋아해 주니 함께 있으면 병든 마음도 치유된다. 이 책에는 과거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한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세상에 홀로 떨어져 외로운 존재인 내가 의지하고 힘든 시기를 견뎌내도록 격려해 주는 존재다. 가정 폭력, 재난 현장,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정신과 육체의 질병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동물의 도움을 받아 일상을 회복하는 사례들이 많다. 다른 얘기로 '플랜더스의 개'에 나오는 파트라슈라는 개는 가난한 소년인 네로에게 얼마나 큰 의지가 되었나. 우유를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끌어주고 괴롭고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함께 옆에 주던 존재로 유일하게 끝까지 네로를 지켰다.
우리가 동물과 연대하며 어울려 살기 위해선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공감한다. 농촌에서 소를 키우는 농부들이 자식처럼 여기며 정성스레 매일같이 먹이를 주고 돌보는 이유를 생각해 보라. 저자가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받은 실베스터라고 이름 붙인 개를 어릴 적부터 지내면서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살아있는 다른 생명체를 내 몸처럼 아끼고 챙기게 되었다. 인간이 동물을 키우는 이유도 서로 공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들과 온전히 감정과 생각을 나누며 동물과 함께 보내는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다움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동물을 키우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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