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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구멍가게 이야기 : 마트와 편의점에는 없는, 우리의 추억과 마을의 이야기가 모여 있는 곳

구멍가게 이야기 : 마트와 편의점에는 없는, 우리의 추억과 마을의 이야기가 모여 있는 곳

 

이젠 아련한 기억으로 떠올릴 뿐인 추억이 되어버렸다. 어릴 적만 해도 동네 골목 어귀마다 슈퍼, 마트, 구판장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가게들이 자리 잡았다. 낡고 허름했지만 사람 냄새나는 정겨움이 묻어 나오던 곳으로 함께 정을 나누던 공간이었다. 아직도 시골에 내려가면 표지 그림처럼 아담한 크기의 구멍가게를 볼 수 있지만 언제 사라질지 그건 모를 일이다. 2011년 11월부터 2014월 6월까지 매주 전라남도 지역을 한정하여 현지답사를 진행하였고, 아직까지 마을공동체의 일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구멍가게를 인터뷰 한 내용을 추려 책을 완성 지을 수 있었다. 이젠 기억으로 박제하여 남겨야 할 근현대사의 소중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도시가 발전해갈수록 구멍가게는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24시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슈퍼마켓 형태로 대체되고 있다. 이웃 동네 주민 간의 정을 쌓던 공간이 물건을 사고파는 기능만 남아버린 아쉬움이 크다. 물론 고스란히 명맥을 유지하는 몇몇 곳은 공동체 허브 역할을 하며 이웃 간의 소통을 이어주고 있기는 하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바로 시골에서 영업을 이어나가는 구멍가게다. 읍내까지 오가는 시간 때문에 주민을 대신에 택배나 우편물을 받아 우체국 택배원에게 전달해 주거나 버스표 판매 및 버스 시간표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잠시 쉬어가는 쉼터가 되기도 하고 사랑방으로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우는 공간이 된다.

참 정겹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사연 많은 구멍가게 답사를 하면서 이전에는 관심조차 두지 못했던 근현대사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책을 읽으면서도 마치 추억여행을 하듯 그땐 그랬었는데 하며 지나간 시간이 야속하기도 했다. 어느 한 가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을 동네 주민들과 함께 해온 구멍가게의 모든 이야기들이 바로 우리들의 삶인 것 같아 가슴이 먹먹했다. 개발에 밀려 흔적조차 찾을 길 없을 때 안타까움이 큰데 대부분 고령인 주인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으면 얼마나 불편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근현대사의 발자취가 궁금하다면 차근차근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