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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

 

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

 

 

비록 무급휴가지만 자유가 허락된 5개월의 시간을 망원동에 거쳐를 마련하여 지내기로 한다. 같은 직장인으로서 부러울 따름이다. 주변에서 백수라거나 한량이라 여기면 어떠랴. 사소한 스트레스 받지 않고 내 시간 마음대로 쓰면서 살아가는데.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을 무얼 하며 보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망원동 사람들을 만나며 부딪히는 일상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자신을 자칭 회사원이자 이야기꾼이라 소개한 까닭을 읽다 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탁월한 글쓰기 능력으로 서소 씨의 일상과 주변 인물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리웠던 일상 속 풍경처럼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냈던 그 시절의 느낌이 전해지는 것만 같다.

내겐 익숙한 동네 이름인 망원동. 몇 십 년이 흐른 뒤라 이젠 망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갈아타 힙한 상점들이 들어선 곳이 되었다. 예전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지만 서소 씨가 들려주는 망원동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사람 사는 느낌이 묻어난다. 이제 갓 5살이 된 꿀단지라는 이름의 푸들, 자신의 취향대로 맞춘 자전거, 책 읽을만한 카페를 다니다가 정착하게 된 카페 'B', 꿀단지 덕분에 친해지게 된 카페 'B' 자매 사장님, 중간마다 서소 씨의 과거사가 실려서 지루할 틈조차 주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주어진 5개월, 책을 써보기로 한 시간을 거치면서 서소 씨의 생각은 이전과 달리 많이 바뀌어 있었다. 어떤 선택지를 고르던 새로운 삶이 펼쳐질 것이다.

요즘 들어 무기력한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그 무엇에도 흥미를 잃어버렸다. 어차피 영원한 것이 없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도 모자란 삶이다. 그에게 허락된 5개월은 평일도 거리낌 없이 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 덕분에 많은 인연이 생겼고 어쩌면 이전보다 삶의 이야기들이 풍부해졌을지도 모른다. 혼자 살지만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다. 우리 주변에는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직장을 다녔다면 얽히지 못했을 인연이다. 한때는 같은 동네 사람들끼리 부대끼며 정겨운 얘기를 나누며 정을 줬던 시절처럼 어렴풋이 그립게 만드는 책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서소 씨를 따라 읽는 재미가 쏠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