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라는 행성에 외따로 떨어져 혼자라 느껴질 때면 글을 쓴다. 글은 유일하게 내 감정과 표현을 마음껏 토해낼 수 있는 수단이다. 글쓰기로 마음을 치유한다는 건 상처로 얼룩진 감정을 꾹꾹 눌러 참느라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었다는 뜻이다. 나를 표현하기가 서툴러서 그때 말하지 못한 말들을 글로 대신한다. 글을 쓰고 난 후엔 숙제를 마친 듯 후련한 감정이 들면서 우울감은 이내 사그라들곤 했다. 응어리진 마음은 쉬이 풀기도 어렵고 상처는 생각보다 오래간다. 좋은 책을 읽는 것만큼 글쓰기를 권하는 이유도 내게 무언의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처럼 손이 가는 대로 쓰다 보면 내면의 소리에 마음을 연다.
가뜩이나 표현이 서툴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는 성격 탓에 실생활에선 손해 보며 산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예전에 들은 얘기인데 유명 작가 중에도 내향적이라 관계 형성이 어려워서 언론에 드러내길 꺼리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다. 글쓰기를 하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잠시나마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 쓰면서 치유받는 기분일 듯싶다. 갈등에 얽힌 당사자들로 하여금 연기 형식을 빌려 감정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처럼 글쓰기도 똑같다. 드러내는 일에 익숙해지다 보면 나의 존재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들어 일상생활을 버틸 힘을 받는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여러 사례들을 언급하고 있다. 대부분 개인적으로 겪은 아픔들을 이겨내기 위해선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독백을 하듯 언젠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내 안의 상처들이 글을 쓰는 순간 차분히 감정을 추스를 수 있다. 그렇게 하나하나씩 감정을 정리해가며 위로하는 글쓰기는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글을 쓰는 건 어렵지 않다. 단지 첫 시작이 어려울 뿐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오로지 나를 살리기 위한 글쓰기다. 우리 주변엔 상처 입은 사람들이 많다. 글을 쓰다 보면 저절로 고민도 풀리고 서운하고 답답한 마음도 날려버리니 써버릇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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