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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 노르망디에서 데이비드 호크니로부터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사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화가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어떤 화가인지 아는 바도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작품은 무엇인지 본 적조차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책을 펼칠 때마다 호크니가 그린 작품 외에도 다른 화가의 작품까지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처럼 답답함이 가득 쌓였을 때 호크니의 작품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아무래도 화가 특유의 산뜻한 색감과 특이한 구도로 그린 그림이 한몫을 했으리라. 이제 적잖은 나이인 호크니는 60년이 넘도록 그림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간다는 점이 대단해 보였다.

"사람들은 당신에게 아주 멋진 미래가 올 것이니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한다고 말하죠. 하지만 미래가 멋질지 여부를 그들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살아야 합니다. 영원한 것은 지금입니다."

살아보니 이제야 조금 알겠더라. 우리들은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아간다. 현재를 희생하면 미래는 행복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나. 다 덧없는 일이다. 오늘 당장 행복하지 않는데 어찌 내일은 행복할 거라 말할 수 있는가. 호크니의 이 말은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다. 경제활동을 해서 급여일에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오지만 일하는 시간은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다. 마음이 충만하지 않고 언제 행복했는지조차 모르겠다. 그 와중에 이 책을 읽으니 호크니와 같은 삶의 태도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의 관점에서 볼 때 풍요로운 삶은 온전한 의미에서 삶을 즐기는 것, 즉 주변 세계의 아름다움을 남김없이 경험하고 완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일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완전히 몰두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사색을 즐기듯 회사와 집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하는 직장인에겐 부러운 삶이다. 자연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하는 동안 창작의욕을 샘솟듯 솟아올라 지금도 화풍에 그림을 담는 모습이 참 행복일지도 모른다. 돈 버는 일에 집착하며 살기 보다 호크니처럼 주변 세계의 아름다움을 남김없이 경험하고 싶다. 계절이 변하는 미세한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고 오로지 하나에 집중하여 만드는 내일이 기대되는 삶을 꿈꾼다. 아무리 힘들어도 겨울이 지나 봄은 언제나 그렇듯 찾아온다. 호크니처럼 살아야겠다는 마음보다 앞으로 내 삶은 어떤 그림으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지에 대해 여러 생각을 갖게 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