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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포르투갈은 블루다 : 느릿느릿, 걸음마다 블루가 일렁일렁

 

포르투갈은 블루다

 

앞으로 포르투갈을 떠올릴 때 아줄레주와 블루 색상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북대서양을 바라보며 제일 먼저 대항해시대를 열었던 포르투갈 곳곳으로 마치 여행 다녀온 듯 사진은 찬란했고 새로운 면모를 알게 해주었다. 저자가 홀딱 빠진 이 나라에 10여 년 동안 여행 다녔다는데 그는 포르투갈을 다섯 가지 오브제로 정리했다. 파두, 정어리, 포트와인, 블루 아줄레주 그리고 아프리카이며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상징이자 역사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온 것은 온난한 지중해성 기후와 저렴한 물가였는데 2유로에 가성비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다고 하니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711년부터 1492년에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이 이슬람교도들을 축출하여 완전히 몰아내기까지 무려 800년간 이슬람의 지배를 받아왔다. 국토회복운동이 종식되기까지 길고 길었던 지배의 역사가 파두라는 포르투갈 음악의 한으로 남아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포르투갈 독립전쟁, 내전 등 큰 아픔의 역사가 있다. 이슬람 지배로 인해 포르투갈과 이슬람의 문화양식이 결합되어서 경제, 문화에 걸쳐 이슬람 양식이 남아있고 수학과 과학이 크게 발달하게 된 원인도 찾을 수 있다. 스페인과 함께 이베리아반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포르투갈의 아름다운 문화유산 이면엔 오랜 지배와 전쟁으로 인한 국민들의 희생과 인고의 시간이 깃들여있는 셈이다.

대서양과 마주한 거대한 포도밭과 중세 문화유산, 대항해시대의 흔적 등 지금은 평화로운 곳이지만 아줄레주에 새겨진 그림은 고스란히 포르투갈의 역사를 그대로 전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블루로 덧칠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북대서양 또는 지중해를 닮은 청량하고 짙은 블루는 모든 슬픔을 희석시켜주고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던 포르투갈 인에겐 희망의 메시지와 같아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잠시 주춤하던 여행이 완화된 이후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고 있다. 사진으로 보니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에 내 마음마저 포르투갈 어딘가에 서 있는 기분이다. 이 책과 함께라면 잠시 포르투갈의 낭만에 빠져들어 블루가 주는 각별한 의미를 되새겨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