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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패션의 흑역사 : 아름다움을 향한 뒤틀린 욕망

 

패션의 흑역사

 

 

산업화가 시작될 무렵엔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고려하지 않고 만들다 보니 화학 염료, 비소, 수은, 인화성 섬유 등으로 인한 사건 사고가 많았다고 한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물론 염료, 비소, 수은으로 만든 의류를 입은 사람들은 장시간 노출로 온갖 질병에 걸려 생명까지 위협을 받는 지경에 이른다. 19세기 초까지 불편한 패션을 입어야 했던 사람들은 실용성을 추구하기 전까지 믿기지 않을 옷과 신발을 신고 생활해야 했다. 빅토리아 시대 신발을 보면 발 모양을 고려하지 않은 직선 형태의 길쭉한 신발을 신어야 했는데 발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눈에 선했다. 코르셋을 허리가 꽉 조일 정도로 입은 것도 이해되지 않지만 성인 3명을 차지할 정도로 큰 고리 모양의 페티코트는 최악인 것 같았다.

더욱 아름답고 싶고 차별화된 패션을 원하는 뒤틀린 욕망은 개인의 안전과 건강 따윈 가볍게 무시해버린다. 무지와 안전 불감증도 그 원인 중에 하나인데 때론 기괴하고 이해하지 못할 패션이지만 그 당시에 굉장히 유행하던 패션이었다. 액세서리부터 겉치장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무모한 시도도 많았고 옷에 사용하는 염료와 옷감 재질이 몸에 끼치는 위험성을 잘 인지하지 못했다. 책에서도 여러 차례 나오지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입는 옷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고 생명을 잃었다는 걸 보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개인적으로 발밑까지 내려오는 드레스를 입고 정상적으로 활보는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지금 실용성 있는 패션을 입기까지 어쩌면 산업화 과정 속의 희생양이었는지도 모른다.

알찬 삽화와 깊이 있는 내용은 흑역사라고 말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전해준다. 귀족이나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닌 일반 서민들도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산업화 이후 저렴하고 질 좋은 옷을 찾게 되었다. 이전에 수작업을 거쳐 생산되었다면 이젠 공장에서 대량 생산으로 같은 옷을 생산해낸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는 교훈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뜻이다. 근대화의 전유물로 흥미롭게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패션의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패션에 대한 관심 유무와 달리 누구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읽으면서 경악할 만한 일들이 많은데 그래서 더욱 알찬 시간들로 채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