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순간 울컥해버렸다. 서민들은 매번 대기업이 펼치는 언페어플레이에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서 사업을 해보겠다고 나서지만 번번히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버린다. 올해들어서 불공정한 갑을관계때문에 들끓었던 것을 기억한다. 언론에 크게 노출되어서 그랬겠지만 남양유업의 막무가내 밀어내기와 막말 욕설파문은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 남양유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갑을관계는 오래전부터 관행처럼 이어져온 것인데 올해는 그동안 쌓였고 곪아터진 것이 남양유업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기득권이 가지는 특권의식이 사회에서 묵인되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크라운베이커리 회장, 포스코 상무, 최근에는 딸기찹쌀떡 명동 이찌고야 건이 줄줄이 터지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급격하게 바뀌게 되었다. 우리들이 익히 아는 것처럼 검찰수사만 받으면 정재계 지도층 인사들이 환자복을 입고 링거 맞은 채 휠체어타고 들어가는 장면을 숱하게 보아왔다. 정말 아픈지 아프지 않은지 일반 시민에겐 감형받기 위한 꾀병이나 정도로 보이겠지만 이들은 아픈 것마저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한다고 한다. 그간의 이슈된 내용들을 기자로 경력을 쌓은 기자는 하나하나 되짚어보고 있다. 증권, 산업부 기자로 있다보니 돈의 흐름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다. 대부분 다 권력(경제, 힘)을 가진 자들에게 빼앗기는 내용들이다.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그 프레임 안에서 생활하는 가진 자들이 벌이는 탈세, 불법, 법을 교묘하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는 것들이 줄줄이 나온다.
나쁜 부자들. 엄청난 부를 축적해서 겉으로는 성공한 기업가, 자산가가 되었을 지 몰라도 페어플레이가 아닌 반칙과 불법을 총동원해서 없는 자들의 돈마저 빼앗으면서까지 자산을 늘린 것이라면 과연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책을 읽다보면 순진하면 당한다더니 사기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언론이나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뤘던 내용들이 거짓말처럼 현실적이라서 내막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됐다. 6.25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한국의 어두운 그림자가 생각보다 깊숙히 체계적으로 이뤄져왔다는 걸 보면 암울하기까지 하다. 현실을 직시하고 당하지 않으려면 법원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결국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불리한 요건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야 당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뉴스, 사회, 시사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면 <한국의 나쁜 부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착한 부자가 없다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책을 읽다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눈에 띄게 할려는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빨강색 하나로만 채워넣은 책표지가 촌스럽고 단순하게 느껴졌다. 좀 더 표지디자인에 신경써서 디자인했다면 좋았을텐데 이 부분에서 아쉬움이 컸다. 표지디자인을 재수정해서 발매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타이포그래피와 구성 자체로 인해 좋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선뜻 가볍게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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