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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미래가 있던 자리 : 중세 유럽의 역사에서 발견한 지속 가능한 삶의 아이디어

 

미래가 있던 자리

 

우리가 역사를 바라볼 때 선입견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산업혁명을 전후로 인류가 크게 발전한 것은 맞지만 그 이전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비참하지는 않았다. 분명 문명이 존재했고 그 시대에 맞게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예시로 든 공유경제, 리사이클링, 마이크로크레디트, 미니멀리즘이 현대사회에 갑자기 생겨난 개념이 아니라는 말이다. 놀라운 것은 암울하다는 중세 시대에도 지식수준과 경제관념이 현재와 비교했을 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사람들이 살았고 필요에 의해 무언가를 만들어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생각으로 사회주택단지나 소액대출은행을 만들었을 거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과거에도 이미 비슷한 아이디어들이 실제로 존재했고 시대에 따라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되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기존에 없던 개념도 아니고 용어나 방식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미니멀리스트처럼 살았고 수많은 수리 직업과 중고시장은 활성화되었다. 공유경제 개념이 수도원 운영에 도움이 되었듯 소액대출과 기부가 이뤄졌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듯이 시장의 필요에 의해 발명되고 사람들은 받아들인다. 고도로 발전된 과학기술과 경제성장을 이룬 현재라고 다를 바 없다. 시장 수요와 기술 발전이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라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 책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역사 속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속 가능한 삶은 시대를 막론하고 모두가 꿈꿔왔던 이상향인지도 모른다. 한정된 자원을 소비하는 대신 재활용 및 재사용으로 아껴서 쓴다는 점에서 확실히 공유경제와 리사이클링, 미니멀리즘은 현대 사회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참 놀라운 일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니 말이다. 근데 중세 유럽과 우리나라를 비교해 보면 그 격차를 실감한다. 역사는 알면 알수록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져서 재미가 있다. 교과서에선 배운 적도 없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흥미진진하기까지 했다. 당장 8~90년대만 영상을 찾아봐도 촌스럽게 느껴지는데 중세 유럽에도 꽃피웠던 아이디어들이 고도로 발전된 시대에 다시 소환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는 것은 놀랍기만 하다.